선고일자: 2009.07.23

민사판례

부동산 기증, 그 조건은 무엇일까요?

오늘은 부동산 기증과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증이라는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된 일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특히 기증 목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문제가 복잡해지곤 합니다.

이번 사례는 원고가 피고(기독교방송)에게 부동산을 기증했지만, 피고가 기증받은 땅이 아닌 다른 곳에 건물을 지으면서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원고는 기증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으니 기증을 무효로 해달라고 주장했는데요, 과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원심에서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기증 당시 원고가 피고에게 기증받은 땅에 방송국 사옥을 지을 것을 조건으로 기증했다고 판단한 것이죠. 피고가 다른 곳에 건물을 지었으니, 이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고 따라서 기증은 무효라는 결론이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기증서 자체에는 기증 목적이나 용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비록 원고가 땅에 방송국 사옥이 지어질 것을 예상했을 수는 있지만, 기증서에 명시되지 않은 이상 그 예상을 조건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조건이란, 법률행위(여기서는 기증)의 효력 발생을 장래의 불확실한 사실에 맡기는 부관입니다. 즉, 조건이 성립하려면 당사자 간에 조건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 합의가 외부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민법 제147조). 또한, 문서로 작성된 계약은 특별한 반증이 없는 한 문서에 기재된 내용대로 해석해야 합니다 (민법 제105조).

이 사건에서는 기증서에 기증의 목적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물론 기증 동기나 경위, 이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당사자의 의사를 해석할 수는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그러한 정황만으로 기증에 조건이 붙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원고가 다른 곳에 건물이 지어지는 것을 알고도 상당 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합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147조 (조건) 법률행위는 조건을 붙여 그 효력의 발생 또는 소멸을 장래에 불확실한 사실의 성부에 의존하게 할 수 있다.
  • 민법 제105조 (의사표시의 해석) 의사표시는 표의자의 진의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효력이 없다. 표의자가 그 의사표시의 해석에 관하여 상대방과 과실 없이 오해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정으로 표시하려고 한 뜻과 합치하지 아니한 때에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와 다르게 표시된 의사표시의 뜻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다30349 판결
  •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2다6753 판결

기증은 좋은 뜻으로 이루어지는 행위이지만, 법적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증 조건 등 중요한 내용을 문서에 명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례를 통해 기증 관련 법률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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