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7.03.29

형사판례

부동산 기부 약속을 어기고 팔았다면 배임죄?

오늘은 부동산 기부 약속 후 제3자에게 매도하여 배임죄로 처벌받은 사례를 소개합니다. 복잡한 법률 내용을 일반인도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공소외 1과 함께 비영리 사단법인(종교 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법인에 기부하기로 약정했습니다. 법인 설립 허가도 받고 등기도 마쳤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기부 약속을 어기고 부동산을 제3자에게 팔아버렸습니다.

쟁점

피고인은 기부 약정 외에도 공소외 1과 법인 운영권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따로 약속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기부는 공동 운영을 조건으로 한 것이었고, 공소외 1과의 분쟁으로 약속이 깨져 기부를 철회하고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므로 배임죄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배임죄를 인정했습니다. 단순 기부 약속이었지, 법인 운영권 보장을 조건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었습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의 법인 설립 및 운영 약정, 기부 약정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부 약정에는 ‘피고인이 법인 운영권의 절반을 보유하는 것’이 조건으로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기부 신청서에 명시적인 기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 판결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이유

대법원은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계약을 해제하고 제3자에게 다시 매도한 경우, 해제가 부적법하더라도 매도인이 해제가 적법하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6도1140 판결, 대법원 1990. 11. 13. 선고 90도153 판결)를 인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법리는 증여계약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기부 약정을 해제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유들만으로는 약정 해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의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기부 약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하고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것이므로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결론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기부 약정과 같은 증여계약에서도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등으로 약정을 해제할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아야 함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약정을 어겼다는 사실만으로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며, 약정 해제의 정당성 여부가 배임죄 성립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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