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1.08.21

민사판례

빈 계약서에 도장 찍어줬다고 대리권 준 건 아니죠? 표현대리 성립 요건

부동산 거래, 특히 다른 사람의 대리인과 계약할 때는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정말 대리권을 가졌는지,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때 본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나중에 낭패를 보는 일이 없겠죠. 오늘은 대리권과 관련된 법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표현대리에 관한 내용인데요, '내 도장이 찍힌 계약서가 있으니 나는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피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는 소외 1과 피고 소유의 땅을 사고파는 계약을 했습니다. 소외 1은 피고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보여주며 계약을 진행했고, 원고는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소외 1에게는 대리권이 없었던 거죠. 원고는 피고의 도장이 찍힌 계약서가 있으니, 피고가 대리권을 준 것처럼 보였다(표현대리)고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과 위약금을 요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핵심적인 이유는 피고가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는 표시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입니다. 비록 계약서에 피고의 도장이 찍혀 있었지만, 그 도장이 찍히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피고는 단순히 빈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준 것뿐이었고,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주겠다는 의사는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표현대리란 무엇일까요? (민법 제125조)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여 제3자와 계약을 체결했을 때, 본인이 대리권이 없음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거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행동했다면, 본인에게도 계약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소외 1에게 대리권을 수여했다는 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핵심 포인트: 대리권 수여의 표시

대리권 수여의 표시는 단순히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교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본인을 대리한다고 하는 자가 제출하거나 소지하고 있는 서류의 내용, 서류가 작성되어 교부된 경위나 형태, 대리행위라고 주장하는 행위의 종류와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53762 판결 참조)

결론

이 판례는 단순히 도장이 찍힌 계약서만으로는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리인과 계약할 때는 대리권의 존재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체결한 경우, 나중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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