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5.29

민사판례

대리권 없는 복대리인과의 계약, 유효할 수 있을까? - 표현대리에 대해 알아보기

부동산 거래를 하다 보면 대리인을 통해 계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대리인의 권한이 없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특히 대리인이 또 다른 대리인, 즉 복대리인을 선임해서 계약을 진행했는데, 알고 보니 원래 대리인의 권한이 없었다면 그 계약은 무효가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률 이야기, 표현대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기업(원고)이 성업공사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했습니다. 성업공사는 은행으로부터 부동산 처분을 위임받았고, 은행은 원래 부동산 소유주(망인)로부터 처분 권한을 위임받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은행이 성업공사에 처분을 위임할 당시 이미 부동산 소유주가 사망하여 은행의 대리권은 소멸된 상태였습니다. 즉, 성업공사는 대리권 없는 복대리인이었던 것입니다. 결국 망인의 상속인들은 원고와 성업공사 사이의 매매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및 판결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대리권이 소멸된 후 선임된 복대리인과 상대방 사이의 계약에도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 여부였습니다. 대법원은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129조)

표현대리란 무엇일까요?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마치 대리인처럼 행동하여 계약을 체결했을 때, 상대방이 그 사람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고, 또한 상대방에게 잘못이 없는 경우, 그 계약을 유효하게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리입니다. 쉽게 말해, 겉으로 보기에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만든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표현대리의 법리는 대리인이 직접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대리권 소멸 후 복대리인을 선임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상대방이 대리권 소멸 사실을 몰랐고, 몰랐다고 해서 잘못이 없다면, 복대리인과 맺은 계약도 유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성업공사에 대리권이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믿은 데 과실이 없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원고에게 과실이 없었다면, 성업공사와 맺은 매매계약은 유효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120조 (복대리인의 선임) 대리인은 본인의 승낙이 있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본인을 위하여 필요한 때에는 복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다.
  • 민법 제129조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 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상대방이 대리인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 대법원 1962. 2. 8. 선고 4294민상192 판결
  • 대법원 1967. 11. 21. 선고 66다2197 판결
  •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48982 판결

이처럼 복잡한 대리 관계에서도 표현대리라는 법리가 거래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와 같이 중요한 계약을 할 때는 대리인의 권한 여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표현대리 제도를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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