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릴 때 빚을 못 갚을 경우를 대비해 담보로 집이나 땅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에게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등기부상으로는 채권자가 주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빚을 다 갚으면 다시 원래 주인(채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잠깐 맡겨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만약 빚을 다 갚기도 전에 채권자가 마음대로 담보로 맡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안 되겠죠!
최근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5. 26. 선고 92도868 판결)를 통해 이와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돈을 빌린 사람 C씨는 빚 담보로 자신의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채권자에게 이전해 주었습니다. C씨가 빚을 다 갚으면 다시 소유권을 돌려받기로 약속했지만, 채권자는 C씨가 빚을 다 갚기도 전에 다른 사람 D씨에게 그 부동산을 팔아버렸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대법원은 채권자가 배임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왜 배임죄일까요?
채권자는 빚을 다 갚으면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즉,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맡아서 관리하는' 입장과 같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채무자의 이익에 반하여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해버린 것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55조 제2항)
핵심 정리!
이번 판결은 대법원 1976.9.14. 선고 76도2069 판결, 1987.4.28. 선고 87도265 판결, 1988.12.13. 선고 88도184 판결 등 기존 판례와 같은 맥락입니다. 즉, 빚 담보로 맡긴 재산을 함부로 처분하면 안 된다는 기본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빚을 갚기 위해 담보를 제공하기로 약속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담보물을 처분하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
민사판례
빚 담보로 돈 빌려준 사람에게 부동산 처분 권한을 위임했더라도, 그 사람이 마음대로 부동산 가치를 정해서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는 없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집을 담보로 잡은 채권자가 법적 절차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담보로 잡은 집을 팔아버려서, 돈을 빌린 사람이 더 이상 집을 되찾을 수 없게 되었다면, 채권자는 돈을 빌린 사람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빚 담보로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았다면, 빚을 다 갚기 전에는 마음대로 팔 수 없습니다. 만약 멋대로 팔면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형사판례
돈을 빌리면서 갚지 못하면 부동산을 주겠다고 약속(대물변제예약) 후 제3자에게 팔았을 때 배임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결. 다수의견은 배임죄가 아니라고 판단.
민사판례
빚 때문에 채무자의 땅이 채권자 명의로 넘어갔을 때, 이것이 빚 대신 땅을 완전히 넘긴 것(대물변제)인지, 아니면 빚 담보로 땅을 맡긴 것(양도담보)인지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판례입니다. 원심에서는 대물변제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여러 정황상 양도담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