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줬는데 빌린 사람이 사망하면 어떻게 될까요? 빌려준 돈은 받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상속과 관련된 빚 문제, 특히 상속포기와 피고 표시정정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사례를 통해 알아보는 상속과 빚
갑은 A에게 3,000만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A가 사망했습니다. A의 자녀인 B와 C는 상속을 포기했습니다. 갑은 이 사실을 모르고 B와 C를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 도중, A의 형제인 을이 상속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경우, 소송 상대방을 B, C에서 을로 바꿀 수 있을까요?
피고 표시정정,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법원은 소송 상대방을 바꾸는 것을 '피고 표시정정'이라고 합니다. 원래 소송을 제기할 당시 잘못된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지만, 실제로 소송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분쟁의 상대방이 누구인지가 중요합니다.
대법원 2006. 7. 4.자 2005마425 결정에 따르면, 원고가 피고의 사망 사실을 모르고 사망자를 피고로 표시하여 소를 제기한 경우,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실질적인 피고가 처음부터 사망자의 상속자이고 다만 그 표시에 잘못이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정되면 사망자의 상속인으로 피고의 표시를 정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례에서 갑은 A의 자녀인 B와 C가 상속을 포기한 사실을 몰랐습니다. B와 C는 상속포기로 인해 A의 빚을 갚을 의무가 없습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갑이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은 A의 재산을 상속받은 을입니다. 즉, 갑이 처음부터 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어야 했지만, 단지 누가 상속인인지 몰라서 B와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뿐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갑의 소송 상대방을 을로 변경해주는 '피고 표시정정'을 허가할 것입니다.
소멸시효 중단의 효과
피고 표시정정이 허가되면, 을은 A의 빚을 갚을 의무를 지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갑이 B와 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시점부터 소멸시효가 중단된다는 것입니다. 즉, 갑이 을을 상대로 다시 소송을 제기할 필요 없이, 기존 소송을 통해 을에게 빚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상속은 재산뿐 아니라 빚도 함께 물려받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상속포기는 빚을 면할 수 있는 제도이지만, 상속포기 후 다른 상속인이 빚을 떠안게 된다는 사실도 알아두어야 합니다. 만약 돈을 빌려준 사람이 사망했다면, 누가 상속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그 상속인을 상대로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상속 관계가 복잡하거나 법적인 절차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판례
빚진 사람이 사망 후, 빚을 받으려 소송을 걸었는데, 알고 보니 상속자가 바뀐 경우라도, 처음부터 진짜 상속인을 상대로 소송을 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입니다.
상담사례
채무자가 사망하여 상속인을 모르는 상태에서 사망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더라도, 후에 상속인을 찾으면 피고 변경을 통해 소송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
민사판례
고인의 빚을 상속받지 않겠다고 법원에 신고(상속포기)했지만, 빚을 갚으라는 소송에서 이 사실을 주장하지 않아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면, 나중에 '청구이의소'(판결이 잘못됐으니 다시 판단해달라는 소송)를 제기해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채무자가 사망하여 상속인을 모르는 경우, 소멸시효 완성을 막기 위해 망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사실조회를 통해 상속인 정보를 확인 후 당사자 표시정정을 신청하여 소송 상대방을 상속인으로 변경해야 한다.
상담사례
동생의 단순 상속포기는 채권자취소권 대상이 아니지만, 고의로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통해 자신의 몫보다 적게 받았다면 그 차액에 대해 채권자취소권 행사를 통해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민사판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버지, 어머니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손자녀가 상속인이 되는데, 이때 손자녀의 상속포기 가능 기간은 할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안 날이 아니라 자신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