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3.12.21

민사판례

빚진 사람이 먼저 소송을 걸었을 때, 시효는 어떻게 될까?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먼저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황당한 경우에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권리 주장이 소멸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을까요?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소개

A는 B에게 돈을 빌려주고 B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했습니다. 그런데 B가 돈을 갚지 않고 오히려 A를 상대로 "빌린 돈이 없다"며 근저당권 말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는 이 소송에서 "돈을 빌려준 것이 맞다"고 적극적으로 다투었고, 결국 승소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A는 B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B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

대법원은 A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재판상의 청구'는 채권자가 돈을 빌려간 사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돈을 빌려간 사람이 먼저 소송을 걸어왔을 때, 채권자가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승소했다면 이 역시 '재판상의 청구'로 보아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간 사람이 먼저 "빌린 돈 없다"며 소송을 걸어왔더라도, 채권자가 그 소송에서 "빌려준 게 맞다"고 적극적으로 다투어 이겼다면, 소멸시효는 중단되고 돈을 돌려받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 돈을 빌려준 사람이 피고로서 소송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승소한 경우에도 소멸시효 중단 효과가 발생합니다.
  • 이는 채권자가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아님을 적극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 관련 법조항은 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입니다.
  • 이 판례는 기존의 다른 판례들 (대법원 1971.3.23. 선고 71다37 판결, 1974.11.12. 선고 74다416,417 판결, 1978.4.11. 선고 76다2476 판결, 1979.6.12. 선고 79다573 판결 등)과 상반되는 입장을 취하며, 기존 판례들을 폐기했습니다.

이 판례는 채권자를 보호하고 소멸시효 제도의 본질적인 목적에 맞게 해석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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