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0.10.13

형사판례

살인 후 지갑을 태웠는데 절도죄일까?

오늘은 살인 사건 이후 피해자의 지갑을 태워버린 행위가 절도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후, 살해에 사용한 골프채, 자신의 옷, 그리고 피해자의 지갑을 자신의 차에 싣고 이동했습니다. 이후 그는 증거 인멸을 위해 쓰레기 소각장에서 이 모든 물건을 태워버렸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을 살인죄와 더불어 지갑을 훔친 절도죄로 기소했습니다.

쟁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지갑을 가져간 행위에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였습니다. 불법영득의 의사란, 간단히 말해 주인의 허락 없이 물건을 자기 것처럼 쓰려는 마음입니다.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이러한 의사가 필수적입니다 (형법 제329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피고인이 지갑을 가져간 목적은 살인 범행의 증거를 없애기 위해서였습니다. 즉, 지갑의 경제적 가치를 이용하거나 처분하려는 의도가 없었던 것입니다. 단순히 증거 인멸을 위해 지갑을 소각한 행위는 '자기 것처럼 쓰려는 마음'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기존 판례들을 참고했습니다 (대법원 1992. 9. 8. 선고 91도3149 판결, 1996. 5. 10. 선고 95도3057 판결, 1999. 4. 9. 선고 99도519 판결 등). 이 판례들은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는 권리자를 배제하고 타인의 물건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경제적 용법에 따라 이용, 처분하려는 의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사건은 살인 후 증거 인멸을 위해 피해자의 물건을 훼손한 경우, 그 행위 자체만으로는 절도죄의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다른 정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 판례는 불법영득의사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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