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절도범에 대한 가중처벌, 아무 죄나 다 해당될까?

절도, 강도 같은 범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사람들 때문에 사회 불안이 커지면서, 이런 상습범들을 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법이 바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오늘은 이 법률 중에서도 절도 상습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어떤 기준이 적용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핵심은 '반복'과 '동종'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제5조의4 제5항 제1호는 절도, 강도 등의 범죄를 상습적으로 저지르는 사람을 가중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이 법이 적용되려면 단순히 여러 번 범죄를 저지른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핵심은 '같은 종류의 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르고 또다시 같은 종류의 죄를 저질러 '누범'이 된 경우입니다. 여기서 누범이란 금방 교도소에서 나온 사람이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말합니다 (형법 제35조).

대법원 판결: '동종'의 의미를 명확히 하다

최근 대법원은 이 조항의 '같은 종류의 범죄'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히 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9도19862 판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과거에 강도죄, 절도죄, 특수강도죄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른 전과가 있었습니다. 원심 법원은 이를 근거로 피고인에게 가중처벌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가중처벌 대상이 되는 '같은 종류의 범죄'는 형법 제329조(절도)부터 제331조(특수절도)까지의 죄 또는 그 미수죄를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 피고인의 전과 중 특수강도죄는 이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여러 유형의 범죄 전과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가중처벌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핵심은 '절도 관련 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질렀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 1990. 1. 23. 선고 89도2226, 89감도198 판결,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10도8 판결,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도19862 판결 참조)

결론: 상습 절도범 가중처벌, 더 엄격한 기준 적용

이번 판결은 상습 절도범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단순히 과거에 여러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를 몇 번 저질렀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법 적용의 공정성을 높이고, 진정으로 상습적인 절도범에게 더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