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0.02.13

세무판례

세관의 재조사, 어디까지 허용될까?

수입 물품에 대한 세관의 조사는 기업 입장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한번 조사를 받았는데 또 다시 같은 사안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된다면,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심리적인 압박감도 상당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관은 어떤 경우에 재조사를 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할 수 없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중요한 판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한국필립모리스가 수입한 담배 원료인 각초(刻草)의 과세가격을 둘러싼 분쟁입니다. 부산세관은 2007년에 이미 각초의 과세가격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제1차 조사). 이후 한국필립모리스가 수정신고를 하였고, 세관은 2008년 과세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약 1년 4개월 후인 2009년 8월, 세관은 다시 각초의 과세가격, 특히 한국필립모리스가 스위스 모회사에 지급하는 로열티가 과세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제2차 조사). 이 조사는 자료 제출 요구, 질문서 송부, 현장 방문 등을 포함하여 1년 6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결국 세관은 2011년 3월, 로열티를 과세가격에 가산하는 과세처분을 내렸습니다. 한국필립모리스는 이 처분이 재조사 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세관의 제2차 조사가 구 관세법 제111조 (현행 제111조 제2항 참조) 에 의하여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즉, 세관의 과세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세관공무원의 조사행위가 구 관세법 제111조가 적용되는 ‘조사’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 조사의 목적과 실시 경위, 질문조사의 대상과 방법 및 내용, 조사를 통하여 획득한 자료, 조사행위의 규모와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들을 근거로 제2차 조사가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제1차 조사 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제2차 조사가 시작되었고, 그 기간도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 제2차 조사는 단순 자료 요청을 넘어 구체적이고 상세한 질문과 자료 제출 요구, 현장 방문까지 포함하는 등 그 강도가 높았습니다.
  • 제2차 조사의 대상은 제1차 조사에서 이미 조사되었던 각초의 과세가격이었고, 비록 과세가격 결정방법이 달라졌더라도 동일한 사안에 대한 재조사로 보아야 합니다.

핵심 정리

이 판례는 세관의 재조사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과세처분의 오류를 경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조사를 받은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시 조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세관은 이 판례를 통해 재조사의 범위와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납세자의 권익 보호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또한 수입 관련 기업들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부당한 재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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