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를 둘러싼 명예훼손 분쟁, 어떤 기준으로 판단될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의견인지 구분하는 기준과 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판결은 KBS와 미디어오늘 사이의 분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글에서 다루는 법 조항은 2011년 4월 14일 개정 전 '구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입니다.)
1. 사실적 주장 vs. 의견 표명
정정보도청구는 언론 보도가 사실적 주장이고 진실하지 않을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구 언론중재법 제14조). 따라서 보도 내용이 사실인지, 단순한 의견인지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통 언론 보도는 사실과 의견이 섞여있기 때문에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보도 내용, 사용된 단어의 의미, 전체 맥락, 사회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일반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11. 9. 2. 선고 2009다52649 전원합의체 판결).
2. 의견 표명의 기초가 되는 사실과 명예훼손
기사가 특정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근거가 되는 사실을 함께 밝힌 경우,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9. 4. 9. 선고 2005다65494 판결). 이때 명예훼손이 되려면 적시된 사실이 허위여야 하고, 그 허위 여부는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 사용된 단어, 사회적 흐름 등을 고려하여 일반 독자에게 주는 인상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다29379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다45275 판결).
3. 의견·논평으로 인한 명예훼손과 위법성 조각
사실을 바탕으로 의견이나 논평을 제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단, 의견이나 논평의 근거가 되는 사실이 중요한 부분에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5다8262 판결, 대법원 2008. 5. 8. 선고 2006다45275 판결).
4. 언론의 자유와 명예보호의 균형
언론의 자유와 명예보호는 모두 중요한 가치이므로, 둘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피해자가 공적인 존재인지, 표현이 공적인 관심 사안에 대한 것인지 등을 고려하여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사에 대한 비판은 일반인에 대한 비판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허용됩니다. 언론사는 스스로 반박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고, 언론사에 대한 비판은 공익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3다52142 판결). 하지만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잃은 공격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판결은 언론 보도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공익과 언론 자유를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언론 보도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민사판례
언론사의 보도로 명예가 훼손되었을 때, 언론사 대표나 간부처럼 직접 기사를 쓰지 않은 사람도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도 제작 과정에 실제로 관여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광우병 관련 보도에서 한 교수의 회사 관련 내용을 보도했는데, 교수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 대법원은 기사 내용이 일부 부정확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이고, 전체 맥락에서 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함.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공정위 과장의 계좌에 다단계 업체 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마치 공정위 과장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명령한 판결.
민사판례
언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를 청구하려면, 보도 내용이 사실과 중요 부분에서 달라야 합니다. 단순한 과장이나 세부적인 오류는 정정보도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민사판례
신문사가 변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고발 사건을 보도하면서 변호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고발 사건의 단순 경과를 보도한 기사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진실한 사실이므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한 월간지가 KBS 프로그램 제작자를 '주사파'로 지칭한 기사를 게재하여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기사의 전체 맥락과 공적 인물에 대한 정치적 이념 표현의 자유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특히 '주사파'라는 표현은 단순 의견이 아닌 사실 적시로 보아야 하지만, 공인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혹 제기는 넓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므로, 기사 내용 중 프로그램 해석을 주사파적 해석으로 단정하고 제작자를 주사파로 지목한 부분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