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1.23

민사판례

여관 엿보려다 변을 당한 행인, 여관 주인 책임 없을까?

이웃집 담 너머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해하는 건 인지상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이 지나쳐 불법적인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여관 내부를 엿보려다 사고를 당한 행인과 여관 주인의 책임 소재를 다룬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남성이 술에 취한 채 여관 앞 골목길을 지나가다 여관 내부를 엿보기 위해 배수관 보호벽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보호벽이 무너지면서 바닥으로 추락,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유족들은 여관 주인이 보호벽을 안전하게 설치 및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여관 주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여관 앞 골목길에서 행인들이 여관 내부를 엿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고, 여관 주인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호벽 위에 사람이 올라갈 가능성을 예상하고 더욱 안전하게 설치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호벽 윗부분에 못을 박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조치라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1999. 12. 10. 선고 97다27022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여관 주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758조 제1항의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대한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즉, 공작물은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을 때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공작물 소유자는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보호벽의 본래 용도는 배수관을 보호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관 주인은 보호벽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견고성을 갖추도록 설치했고, 추가로 엿보기를 방지하기 위해 못까지 박았습니다. 대법원은 이 정도면 보호벽 본래의 용도에 따른 안전성을 갖춘 것으로 보았습니다. 엿보기 위해 못에 찔릴 위험을 감수하고 보호벽에 올라가는 행위까지 예상하여 방호조치를 취할 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공작물의 통상적인 용법을 벗어난 이례적인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공작물 소유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여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공작물 소유자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공작물의 용도와 사회통념상 요구되는 방호조치 의무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누군가의 불법적인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공작물 소유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1992. 4. 24. 선고 91다37652 판결, 대법원 1994. 10. 28. 선고 94다16328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54102 판결 참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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