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인출 후 집에 보관하도록 한 행위, 사기미수죄 될까요?

오늘은 피고인이 피해자들에게 예금을 인출하여 집에 보관하도록 거짓말을 한 사건에서 사기미수죄가 성립하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과 공범들은 피해자들에게 예금을 인출하고 그 돈을 집에 보관하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검사는 이 행위가 사기미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인을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사기미수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사는 항소했습니다. 원심(항소심)은 판결 이유에서는 검사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판단했지만, 주문에서는 항소기각을 선고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고,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얻는 범죄라고 설명했습니다. 즉, 피기망자가 직접 재산적 처분행위를 해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형법 제347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도1424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피해자들은 예금을 인출하여 집에 보관했을 뿐, 타인에게 교부하거나 처분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피해자들이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은 판결 이유에서 검사의 항소가 이유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주문에서는 항소기각을 선고하지 않은 절차적 위법을 범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은 항소심은 항소가 이유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판결로써 항소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도643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사기미수 부분을 파기하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결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예금 인출 후 집에 보관하도록 한 행위만으로는 피해자들이 직접 재산상 손해를 초래하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항소심의 절차적 위법도 지적했습니다.

참고 법률 및 판례

• 형법 제347조 (사기)
• 형법 제352조 (미수범)
• 형사소송법 제325조 (항소의 제기와 취하), 제364조 제4항 (항소기각의 판결), 제396조 (파기자판)
•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도9221 판결
•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3도14242 판결
•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도64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