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08.02.01

민사판례

은행 직원의 횡령, 은행도 책임있을까? - 사용자 책임에 대한 고찰

오늘은 은행 직원의 횡령과 관련하여 은행의 책임 여부를 다룬 흥미로운 사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가족처럼 믿었던 은행 직원에게 예금 관리를 맡겼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인데요, 이 사건을 통해 사용자 책임이라는 법적 개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교포 원고들은 친척이자 한국외환은행 직원인 소외 1에게 예금 관리를 위임했습니다. 수년간 큰 문제 없이 거래를 해왔고, 소외 1이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은행 지점을 바꿔가며 예금을 맡길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습니다. 원고들은 소외 1에게 신탁예금 만기 해지 및 재예치를 부탁했지만, 소외 1은 이 과정에서 일부 금액을 횡령했습니다.

쟁점: 은행의 사용자 책임 성립 여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소외 1의 횡령에 대해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민법 제756조는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요건이 성립해야 은행에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1심과 2심에서는 소외 1의 행위가 은행의 사무집행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은행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소외 1의 행위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이루어졌다고 판단했습니다.

  • 원고들이 소외 1에게 예금 관리를 맡긴 것은 단순히 친척 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은행 직원이라는 점과 수년간 문제 없이 거래해 온 신뢰가 바탕이 되었다.
  • 소외 1 또한 친척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뿐 아니라, 은행 직원으로서 주요 고객 관리 차원에서 업무를 처리했다.
  • 은행은 소외 1의 이러한 행위에 대한 위험을 통제하거나 확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 소외 1은 예금 업무 전반의 책임자로 근무하며, 예금 개설 및 해지 시 책임자로서 업무 처리 결과를 확인하고 날인해왔다.

즉, 대법원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또는 사무집행 행위와 관련되어 보이는 경우, 주관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기존 판례 (대법원 1988. 11. 22. 선고 86다카1923 판결, 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다66119 판결 등)를 재확인하며, 이 사건에서 소외 1의 횡령이 은행의 사무집행과 관련된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의 과실 여부

다만, 피용자의 행위가 사무집행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책임이 성립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다10531 판결,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4다43886 판결 등). '중대한 과실'이란 거래 상대방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용자의 행위가 직무권한을 벗어난 것임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한 경우를 말합니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49978 판결,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0다34426 판결 등). 이 사건에서는 원고들에게 그러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은행의 책임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번 사례는 은행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은행의 책임 범위를 명확히 보여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은행 거래 시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은행 역시 직원 관리 감독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민사판례

은행 직원의 횡령, 은행의 책임은?

은행 직원이 고객 몰래 예금을 인출한 사건에서, 은행은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고객의 인장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책임을 줄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은행 횡령#직원 불법행위#은행 책임#표현대리

민사판례

금융기관 직원의 횡령, 누구 책임일까? - 사용자 책임과 예탁자 과실

금융기관 직원이 고객 예탁금을 횡령한 사건에서, 예탁자가 직원에게 통장과 인감이 찍힌 서류를 맡긴 과실을 10%로 본 원심 판결은 너무 낮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파기 환송한 사례.

#횡령#예탁자 과실#금융기관 책임#파기환송

민사판례

은행 직원의 사기, 은행은 책임져야 할까? - 사용자 책임의 함정

은행 부지점장이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 가로치는 사건에서, 은행은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고객이 비정상적인 거래 방식에 동의했고,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사기를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부지점장#사기#사용자책임 불인정

민사판례

은행 지점장의 배신, 은행은 책임져야 할까?

은행 지점장이 고객을 속여 개인적으로 돈을 유용했지만, 은행은 지점장의 사용자로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고객이 지점장의 행위가 은행 업무와 관련 없다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만한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은행#지점장#사기#배상책임

상담사례

내 돈 어디 갔어?! 은행 직원이 내 예금을 몰래 인출했다면?

은행 직원이 무단으로 예금을 인출한 경우, 예금주는 은행에 예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으며, 예금주의 부주의는 은행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은행 직원 횡령#예금 반환#은행 책임#대법원 판례

형사판례

은행 직원이 고객 돈을 마음대로 써도 배임죄가 될까?

은행 직원이 고객 몰래 대출금을 고객 명의 계좌에 넣은 후 인출했더라도, 고객이 아닌 은행에 손해를 끼친 것이므로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은행 직원#고객 예금 인출#업무상 배임죄 불성립#은행 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