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당연히 횡령한 직원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겠지만, 과연 그뿐일까요? 오늘은 금융기관의 사용자 책임과 예탁자의 과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 개요
A 금융기관(원고)은 B 금융기관(피고) 직원 C와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B 금융기관에 거액의 예금을 맡겼습니다. C는 A 금융기관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좌 간 자금 이동이 잦아야 하니, 통장과 인감도장이 찍힌 저축금 청구서를 미리 달라"고 요청했고, A 금융기관은 이를 모두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C는 이를 이용해 A 금융기관의 예금을 횡령했습니다. A 금융기관은 C의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고 B 금융기관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B 금융기관에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여 A 금융기관의 손해를 배상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직원 C의 횡령 행위가 B 금융기관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것이고, A 금융기관이 C에게 예금 관리 권한을 위임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A 금융기관에도 통장과 인감도장이 찍힌 저축금 청구서를 C에게 교부한 과실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액의 10%를 A 금융기관의 과실로 상계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 금융기관의 과실 비율 10%는 너무 낮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A 금융기관은 다른 금융기관과는 달리, 직원이 고객의 통장과 도장을 보관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C에게 통장과 인감이 찍힌 저축금 청구서 50매를 맡겼고, 9개월 동안 아무런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실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 금융기관의 과실이 이 사건 횡령 사고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핵심 법리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사용자는 피용자(직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사무집행에 관하여'란 피용자의 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과 관련되어 보이면, 직원의 주관적인 의도와 관계없이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과실상계 (민법 제396조, 제763조):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는 경우, 법원은 손해의 발생 및 확대에 기여한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관련 판례: 대법원 1992.2.25. 선고 91다39146 판결 등
결론
이 판례는 금융기관 직원의 횡령 사건에서 금융기관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예탁자에게도 상당한 주의의무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때는 직원과의 친분에만 의존하지 말고, 금융거래 관련 규정과 주의사항을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통장이나 인감도장 등 중요한 물건을 직원에게 맡기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민사판례
은행 직원이 친척 명의의 예금 관리를 위임받아, 만기 인출 및 재예치 과정에서 일부를 횡령한 경우, 은행의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판례입니다. 단순히 친척 간의 위임이 아닌, 은행 직원의 지위와 은행의 영업활동과 관련된 행위로 판단되었습니다.
민사판례
은행 직원이 고객 몰래 예금을 인출한 사건에서, 은행은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고객의 인장 관리 소홀 등을 이유로 책임을 줄일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은행 직원이 무단으로 예금을 인출한 경우, 예금주는 은행에 예금 반환을 요청할 수 있으며, 예금주의 부주의는 은행의 책임을 면하게 하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
민사판례
은행 부지점장이 고객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 가로치는 사건에서, 은행은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고객이 비정상적인 거래 방식에 동의했고, 조금만 주의했더라면 사기를 알아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민사판례
증권회사 지점장이 고객 돈을 횡령했을 때, 회사도 책임을 져야 할까요? 그리고 횡령 사실을 뒤늦게 알았을 경우, 소멸시효가 적용될까요? 이 판례는 지점장의 횡령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회사에도 책임을 물었으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민사판례
은행 직원이 이전에 횡령한 돈을 갚기 위해 다시 횡령을 저질렀더라도, 횡령 당시의 의도가 은행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었으므로 은행이 가입한 금융기관종합보험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