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할인과 관련하여 은행이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합니다. 복잡한 금융거래 속에 숨겨진 법적인 쟁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하나은행은 기업어음을 발행한 기업들과 당좌예금 계약을 맺고 기업어음 용지를 제공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어음 거래에서는 투자자들이 어음을 한국예탁결제원에 예탁하고 만기일에 예탁결제원을 통해 어음금을 지급받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투자자들이 만기 전에 예탁결제원에서 어음을 찾아 다른 은행에 직접 제시하고 어음금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음 할인에 따른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세무서는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는 하나은행에 있다고 주장하며 가산세를 부과했습니다.
쟁점
하나은행은 단순히 기업어음의 지급을 대행했을 뿐,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까지 위임받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원천징수 의무를 지우려면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위임이 없었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두73952 판결)
대법원은 구 법인세법 제73조 제4항에 따라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는 '원천징수의무자를 대리하거나 위임받은 자'는 소득금액 지급과 함께 원천징수 및 납부 업무까지 위임받은 자라고 해석했습니다. 묵시적 위임도 가능하지만, 원천징수의 성격상 명시적 위임과 동일시할 정도로 위임 의사가 명확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하나은행은 기업어음 지급만 위탁받았을 뿐, 원천징수 업무까지 위임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어음 할인에도 관여하지 않았고, 받은 수수료 액수 등을 고려할 때 묵시적 위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은행은 원천징수 의무가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관련 법조항
핵심 정리
이 판례는 원천징수 의무를 부담하는 '대리 또는 위임받은 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묵시적 위임의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단순한 금융거래 행위만으로 원천징수 의무를 지울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세무판례
은행이 기업어음 지급을 대행하는 경우, 어음 할인에 따른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가 없다는 대법원 판결.
민사판례
은행이 어음 할인 후 환매권을 행사하여 채무자의 예금과 상계했더라도, 채무자에게 다른 채무가 남아있다면 은행은 어음을 돌려주지 않고 다른 채무 변제에 쓸 수 있다. 단, 이 경우 어음 채무자는 원래 어음 발행인(채무자)에게 가지고 있던 항변 사유를 은행에게도 주장할 수 있다.
민사판례
은행과 어음 할인 약정을 맺을 때 보증인의 책임 범위는 약정 내용에 따라 정해지며, 단순히 은행 내부 규정을 어겼다고 보증인의 책임이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민사판례
은행 직원이 권한 없이 회사 어음에 은행의 배서를 위조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은행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 비록 배서가 무효라도, 직원의 행위가 외관상 은행 업무와 관련되어 보이고 피해자가 중대한 과실 없이 이를 믿었다면 은행은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민사판례
정상적인 거래로 발행된 어음을 은행이 할인해 준 경우, 그 어음에 사고신고가 되어 있더라도 신용보증기금은 보증책임을 면할 수 없다. 또한, 은행이 사고신고 사실을 알고도 공시최고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여 채권보전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볼 수 없다.
민사판례
은행 지점장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은행 소유의 어음을 부정하게 할인한 사건에서, 상대방이 지점장의 배임행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은행은 책임이 없다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