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금 복잡하지만 알아두면 유용한 법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은행이 회사 정리 과정에서 실수로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건의 개요
어떤 회사가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법원의 정리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이때 법원은 은행을 이 회사의 관리인으로 지정했습니다. 관리인은 회사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회사의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은행은 관리인으로서 회사 소유의 공장 건물에 대한 기존 근저당권에 공장 내 기계, 기구들을 추가로 담보로 설정하는 계약을 회사와 체결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자기거래'였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은행이 관리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회사의 재산을 다룬 셈이죠.
결국 회사 정리 절차가 실패하고 회사는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은행은 담보로 잡았던 공장과 기계들을 경매로 넘겨 받아 다른 회사에 팔아버렸습니다. 이에 원래 회사의 주주들은 은행이 불법행위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은행의 행위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은 자기거래라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관리인의 자기거래는 회사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이사의 자기거래를 제한하는 상법 제398조를 유추 적용하여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은행이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은행 담당자는 당시 대법원 판례(대법원 1976.3.9. 선고 76다27 판결) 등을 근거로, 기존 공장저당의 효력이 추가로 설치된 기계에도 미친다고 생각했고, 따라서 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다고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즉, 은행의 불법행위는 고의가 아닌 과실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상계의 인정
은행은 원래 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은행의 불법행위로 인해 회사가 입은 손해배상 채권과 은행의 대출금 채권을 서로 상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서로 비슷한 금액만큼 채권과 채무를 소멸시킨 것입니다. (민법 제496조 참조)
결론
이 판례는 은행과 같은 관리인이 법원의 허가 없이 자기거래를 할 경우, 비록 고의가 아니더라도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만, 고의성이 없었다면 손해배상 채권과 기존 채권을 상계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알 수 있습니다. 즉, 회사의 손해를 완전히 배상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상담사례
은행 직원의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고객이 손해를 입은 경우, 은행은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며, 상계를 통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민사판례
기계를 할부로 판매하면서 소유권은 완납 전까지 자신에게 있다고 약정한 판매자가, 구매자의 대출 편의를 위해 대금 완납 영수증을 발급해주었다면, 나중에 은행의 담보권 실행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민사판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회사의 예금과 자기 채권을 상계하려면 회사가 아니라 관리인에게 상계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상계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민사판례
은행이 고객과의 예금, 대출 등 금융거래에서 상계 (서로 빚진 돈을 퉁치는 것) 를 할 때 이자나 지연손해금 계산 기준일을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약관 조항은 고객에게 불리하고 불공정하므로 무효이다.
민사판례
채권자가 자기 채무자에게 상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제3자에게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사판례
실수로 돈을 잘못 보냈을 때(착오송금), 받는 사람(수취인)이 돌려주기로 동의했더라도 은행이 수취인의 대출금 등을 이유로 돈을 함부로 가져갈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특히, 다른 채권자가 이미 압류한 돈은 더더욱 건드릴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