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거래를 하다 보면 '상계'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상계란 서로 돈을 주고받을 관계에 있는 당사자 간에 채권과 채무를 같은 금액만큼 소멸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에 빚이 있으면서 동시에 예금도 가지고 있다면, 은행은 대출금과 예금을 상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은행이 상계를 할 때 이자나 지연손해금 계산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2004다20557)에서 이와 관련된 중요한 판단이 나왔습니다.
사건의 발단: 한 신용협동조합이 은행에 예금과 신탁을 맡기고 동시에 대출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신협이 파산하게 되자 은행은 신협의 예금 및 신탁금과 대출금을 상계 처리했습니다. 문제는 은행이 상계 시점의 이자 및 지연손해금 계산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즉 상계 시점을 뒤로 미루어 계산했다는 점입니다. 은행이 사용한 '은행여신거래기본약관'에는 은행이 상계를 하는 경우 이자 등의 계산 기간을 은행이 상계 계산을 하는 날까지로 한다는 조항(제9조 제4항)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은행의 이러한 행위가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민법 제493조 제2항에 따르면, 상계는 채권과 채무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점(상계적상시)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이자나 지연손해금 역시 상계적상시를 기준으로 계산되어야 합니다.
은행이 약관을 통해 이자 계산 시점을 임의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며, 약관의규제에관한법률 제6조 제1항, 제2항 제1호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은행이 상계하는 경우와 고객이 상계하는 경우의 이자 계산 방식이 달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고객이 상계하는 경우에는 상계 통지일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도록 약관에 규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제10조 제5항).
핵심 정리:
이번 판결은 은행의 불공정 약관에 제동을 걸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은행 거래 시 상계와 관련된 약관을 꼼꼼히 확인하고, 부당한 조항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겠습니다.
민사판례
빚을 서로 상계할 때에는 상계 시점을 기준으로 이자를 계산하고, 이자부터 먼저 갚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체 이자를 다 계산한 후 상계하면 계산이 틀려진다.
민사판례
기존 채권에 대해 소송 중 조정이 확정된 경우, 조정 전 채권은 소멸하고 조정 내용에 따른 새로운 채권이 생깁니다. 따라서 상계를 할 때는 조정으로 새롭게 생긴 채권의 이행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회사의 예금과 자기 채권을 상계하려면 회사가 아니라 관리인에게 상계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단순히 회사에 상계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것만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민사판례
돈을 부당하게 받은 경우 돌려줘야 하는데(부당이득반환), 서로 돈을 주고받을 관계에 있다면 상계(서로 주고받을 금액을 퉁치는 것)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당이득반환채권은 발생한 즉시 상계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상담사례
빚으로 빚을 갚겠다는 '상계 재항변'은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으므로, 다른 빚이 있다면 별도 소송이나 소송 내용 추가가 효율적인 해결책이다.
민사판례
회생이나 파산 절차 중인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가, 그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빌려준 돈)과 그 기업으로부터 받을 돈(받을 채권)을 서로 상쇄하는 '상계'를 하려면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회사가 어려워진 것을 알기 전에 상계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회생 절차 기간은 상계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기간 계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