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건물 수리 중 화재 발생 시 임대인의 책임은?

건물을 임대해서 사용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건물 자체의 문제로 수리를 해야 하는 경우, 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오늘은 임대 건물 수리 중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임대인의 책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가락시장 내 냉동창고를 임대하여 창고업을 운영하던 A사는 건물주 B공사로부터 건물 노후화로 인한 수리 공사 소식을 들었습니다. B공사는 C사에게 수리 공사를 맡겼고, 공사 중 C사 직원의 용접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 화재로 A사는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임치물이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고, 영업 손실까지 발생했습니다. A사는 B공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B공사는 자신들은 직접적인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B공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임대인의 수선의무: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에 따라 임차인에게 목적물을 사용·수익하게 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는 임대차 목적물의 보존에 필요한 수선의무도 포함됩니다 (민법 제623조).
• 이행보조자의 과실: 민법 제391조에 따르면, 채무자는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채무자의 지시를 받아 이행하는 이행보조자의 과실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수리업체 C사는 B공사의 의사에 따라 수선의무 이행을 위해 고용된 이행보조자에 해당하며, C사 직원의 과실은 곧 B공사의 과실로 간주됩니다. C사가 B공사에 종속적인 관계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임차인의 과실상계: 법원은 A사에도 화재 발생 및 피해 확대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손해배상액의 일부를 감액했습니다. A사는 휴일에 작업을 독촉했고, 화재 예방 조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실상계 비율은 사실심의 재량이며,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으면 존중됩니다 (민법 제396조, 제763조).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민법 제391조 (이행보조자의 행위)
• 민법 제623조 (임대인의 수선의무)
• 민법 제396조 (과실상계)
• 민법 제763조 (손해배상)
•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51077, 51084 판결

결론

임대 건물 수리 중 발생한 화재 사고에 대해 임대인은 수리업체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임차인에게도 화재 발생이나 피해 확대에 대한 과실이 있다면 손해배상액이 감액될 수 있습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안전에 유의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