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설립된 회사를 인수해서 사업을 시작할 때, 마치 새로 회사를 설립한 것처럼 등록세를 중과세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니오입니다.
사건은 이렇습니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회사(원고)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업가가 이 회사의 주식을 모두 사들였습니다. 회사의 이름, 임원, 자본금, 심지어 하는 일까지 전부 바꿨습니다. 마치 새 회사처럼 보였죠. 그런데 세무서(피고)는 이러한 변화를 **'법인의 설립'**으로 보고 등록세를 중과세했습니다.
구 지방세법 제138조 제1항에서는 대도시에서 법인을 설립하거나 자본을 증가시키는 경우 등록세를 중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무서는 이 조항을 근거로 등록세를 중과했는데, 쟁점은 이 회사의 변화가 과연 **'법인의 설립'**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민법 제33조, 상법 제171조 제1항, 제172조 등을 근거로 "법인의 설립은 설립등기로 완성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이미 설립등기가 끝난 회사는 비록 주인이나 사업 내용이 바뀌더라도 새로운 법인 설립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무서는 등록세 중과의 취지가 대도시의 법인 집중을 억제하는 것이므로, 이 사례처럼 사실상 새로운 법인과 다름없는 경우에도 중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과세는 법률에 명시된 경우에만 가능하며, 법률에 없는 내용을 유추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비슷한 취지의 판례로 대법원 1999. 11. 9. 선고 98두14082 판결, 대법원 2000. 3. 16. 선고 98두11731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1. 8. 21. 선고 2000두963 판결 등이 있습니다.
결국 법원은 세무서의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잠자던 회사를 깨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등록세 중과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 판례는 조세법률주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사례입니다. 세금 문제는 항상 관련 법률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세무판례
폐업 후 사업실적이 없는 법인의 주식을 모두 사들여 임원, 자본금, 상호, 사업목적 등을 바꾸더라도, 이는 법인의 '설립'으로 볼 수 없으므로 등록세를 중과세할 수 없다.
세무판례
망한 회사의 주식을 사서 이름, 사무실, 사업 내용, 임원진 등을 다 바꾸더라도 법적으로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한 것이 아니므로, 대도시에 새로 회사를 세울 때 내야 하는 추가 등록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판결.
세무판례
다른 회사의 영업과 함께 기존 지점 사무실을 인수받아 사용하는 경우, 새로 지점을 설치한 것이 아니므로 등록세를 중과세하지 않는다.
일반행정판례
법인이 지점 설치 *전에* 취득한 부동산은 지점 설치와 관련된 부동산으로 보아 등록세를 중과세한다. 이때 부동산 전체가 지점 업무에 사용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세무판례
법 개정 전 휴면법인을 인수했더라도, 법 개정 후 등기를 했다면 개정된 법에 따라 등록세를 중과세해야 한다. 법 개정 전 규정이 장래에 대한 비과세를 명시하지 않았다면, 납세자의 기대는 단순한 기대일 뿐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득권이 아니다.
세무판례
대도시에 법인 지점을 설치할 때, 지점 설치와 관련된 부동산 등기에 대해 등록세가 중과세되는데, 이때 '관련성'이 중요하고, 중과세 납세의무는 지점 설치 시점에 발생한다는 점, 그리고 자진신고납부 의무 관련 법 개정이 있었음을 확인한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