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다 보면 아주 가벼운 접촉사고가 날 때가 있습니다. 흠집도 거의 안 보이고, 상대방도 별일 아닌 듯 넘어가는 분위기라면 그냥 가도 될까요? 절대 안 됩니다! 생각보다 심각한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접촉사고 후 현장을 이탈했을 때 어떤 법적 판단이 내려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차선을 변경하다가 뒤따라오던 차량과 부딪혔습니다. 피해 차량의 범퍼에 약간의 흠집이 생겼지만, 눈에 띄는 큰 파손은 없었습니다. 피고인은 별일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는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피고인을 '뺑소니' 혐의로 신고했습니다.
쟁점 1: 뺑소니(도주차량) 여부
뺑소니, 정확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위반의 도주운전죄가 성립하려면, 사고로 인해 상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부상 정도가 형법상 '상해'로 볼 수 있을까요? 법원은 사고 충격 정도, 피해자들의 상해 부위와 정도, 진단 내용, 치료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의 부상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도주운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참고로, '상해'의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도3910 판결 등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쟁점 2: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 의무 위반 여부 (도로교통법 위반)
뺑소니는 아니더라도, 피고인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교통사고 발생 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 했을까요? 이 법의 취지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데 있습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2도2001 판결 등 참조).
법원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정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고, 피해 차량이 피고인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교통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던 점을 지적했습니다. 비록 피해가 경미했더라도, 사고 발생 시에는 반드시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의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결론
아무리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사고 발생 시에는 반드시 정차하여 상대방의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참고 법조항 및 판례
형사판례
경미한 접촉사고라도 피해자가 원하는 경우 인적사항을 제공하고 경찰 신고 등에 협조해야 하며, 그렇지 않고 현장을 떠나면 도주(뺑소니)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는 피해자가 다쳤는지 여부를 떠나서 피해자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단순히 짧게 쳐다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더라도, 피해자의 상해가 경미하여 구호 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뺑소니(정확히는 '도주차량')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가벼운 접촉사고에서 피해자가 크게 다치지 않았고, 가해자가 자신의 연락처 대신 지인 연락처를 제공했더라도 뺑소니로 처벌할 수 없다.
형사판례
교통사고 후 운전자는 피해자의 상황을 보고 구호조치가 필요한지 판단해야 하며, 단순히 피해자가 겉으로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바로 떠나서는 안 된다는 판례입니다. 운전자는 피해자와 직접 대화를 나누거나, 최소한 차에서 내려 피해자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형사판례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사고 직후 다른 사람을 운전자라고 허위 신고했더라도, 구급차가 도착해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경찰 조사에도 응했다면 '뺑소니(도주차량)'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