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1.04.29

형사판례

지방의회 의장 선거 담합, 공무집행방해죄일까?

지방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끼리 특정 후보를 뽑기로 미리 짜고 투표했다면 과연 불법일까요? 최근 대법원은 이러한 사전 합의와 특정 방식의 투표 행위 자체만으로는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늘은 이 판결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2014년, A 지방의회 의원들은 의장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이 모여 B 후보를 의장으로 추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사전 합의 내용을 지키기 위해 투표용지에 가상의 구획을 설정하고 각자 정해진 위치에 기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기명 투표처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실제 선거에서 B 후보는 단독 출마하여 당선되었고, 이에 검찰은 사전에 투표 방식을 담합하여 임시의장의 무기명투표 관리 직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의원들을 기소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 여부였습니다. 즉, 의원들의 사전 합의와 그에 따른 투표 행위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위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실제로 임시의장의 직무집행을 방해했는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의원들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위계'에 대한 해석: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란 상대방을 속여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원들의 행위가 임시의장의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임시의장은 단순히 선거 절차를 진행했을 뿐, 의원들의 사전 합의 내용을 알지도 못했고, 그로 인해 잘못된 행위를 하지도 않았습니다.

  • 실제 직무방해 여부: 지방자치법은 의장 선거를 무기명투표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절차를 위반했다고 해서 처벌하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습니다. 의원들이 사전에 합의한 방식대로 투표했더라도, 투표 과정에서 타인의 투표 내용을 확인하거나 공개하려는 시도가 없었고, 임시의장의 무기명 투표 관리 업무가 실제로 방해받지 않았습니다.

  • 합리적 의심의 존재: B 후보가 단독 출마한 상황에서 이탈표를 막기 위한 사전 합의의 필요성이 없어졌고, 실제 투표용지에서도 특정 위치에 기표하지 않은 의원들이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의원들에게 공무집행을 방해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계로써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지방자치법(2021. 1. 12. 법률 제1789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48조 제1항: 지방의회 의장과 부의장은 의원 중에서 무기명투표로 선거한다.
  • 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도4293 판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위계란 행위자의 행위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 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7도2583 판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 한다.

결론

이번 판결은 지방의회 의장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담합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비록 사전 합의가 있었더라도, 그것이 임시의장의 직무집행을 실제로 방해하지 않았다면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한 것입니다. 하지만 무기명투표 원칙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담합 행위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형사판례

시의회 의장 선거 담합,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미리 투표용지에 이름을 적어두는 방식으로 시의회 의장 선거에서 담합한 시의원들의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는지, 특히 담합에 가담하지 않은 다른 의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담합하지 않은 의원들에 대한 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시의회 의장 선거#담합#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무기명 비밀투표

형사판례

지방의회 의장 선거, 감표위원의 부정행위는 공무집행방해?

지방의회 의장 선거에서 감표위원이 투표용지에 미리 표시를 해서 누가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알 수 있게 한 경우, 그 자체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지방의회#의장 선거#감표위원#부정행위

형사판례

지방의회 의원들의 직무집행 방해 사건

군수에 대한 불신임 결의를 하려는 군의원들의 회의를 군청 직원들을 동원하여 방해한 군수와 내무과장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

#군수 불신임#공무집행방해#공무 외 집단행위#특수주거침입

형사판례

정당 경선, 내 투표권은 내가 행사해야! 대리투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타인의 인증번호를 이용해 정당 경선에서 대리 투표를 하는 것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 정당 경선에도 직접·평등·비밀투표 원칙이 적용되며 대리투표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당 경선#대리 투표#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인증번호 도용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 의장 선임, 행정소송 대상 맞아?

지방의회 의장 선임은 행정처분으로서 행정소송(구체적으로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된다.

#지방의회 의장 선임#행정소송#항고소송#행정처분

형사판례

지방자치단체장의 의회 세미나 지원, 선거법 위반일까?

선거를 앞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 의원들의 세미나 출장 경비를 직접 지원한 행위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판결되었습니다. 관행적인 행위라 하더라도 선거 전 특정 기간에는 금지되는 기부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의회#세미나 지원#경비 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