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06.30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 조례 제정, 어디까지 허용될까?

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로서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조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이 무한정인 것은 아닙니다. 상위법령에 위배되거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경상북도의회에서 의결한 조례안을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를 통해 지방의회 조례 제정의 한계와 그 기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경상북도의회 조례안 재의결

경상북도의회는 '경상북도의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경상북도지사는 해당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이를 다시 의결하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이 된 조례안 내용

  1. 공무상 비밀 증언 거부 불가: 공무원은 직무상 비밀을 이유로 의회의 증언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

  2.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의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의회 직원이 이를 집행하도록 규정.

  3. 조례 위반에 대한 형벌: 불출석, 의회 모욕, 위증 등 조례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해당 조례안 중 일부가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1. 공무상 비밀 증언 거부 불가 (위법):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직무상 비밀에 대한 증언을 강제하는 것은 공무원의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0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형법 제127조, 보안업무규정 제24조와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의4 제3항에 위반된다. 국가기밀의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관련 법률: 헌법 제37조 제2항, 국가공무원법 제60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형법 제127조, 보안업무규정 제24조,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지방자치법시행령 제17조의4 제3항)

  2.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위헌 & 일부 합법):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의2에서 동행명령 제도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부여하고 있어 법률적 위임은 존재한다. 하지만 동행명령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관이 아닌 지방의회 의장이 발부하는 것은 영장주의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에 위반된다. (관련 법률: 지방자치법 제15조, 제36조 제7항, 지방자치법시행령 제19조의2, 헌법 제12조 제3항)

  3. 조례 위반에 대한 형벌 (위법 & 위헌):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의 위임 없이 형벌을 규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조례안은 법률의 위임 없이 형벌을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형벌 규정 자체가 삭제되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및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된다. (관련 법률: 지방자치법 제15조, 제20조, 헌법 제12조 제1항)

핵심 정리: 법개정과 조례의 유효성

법률 개정으로 법규명령의 위임 근거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 개정 전에는 유효했던 법규명령이라도 개정 후 위임 근거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효력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개정 전에는 위임 근거가 없어 무효였던 법규명령이라도 개정 후 위임 근거가 생기면 그때부터 유효하게 됩니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5.6.30. 선고 93추199 판결 외 다수)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권한이 상위 법령과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지방의회는 조례 제정 시 상위 법령과의 합치 여부,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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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집행기관 견제#권한 범위#조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