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는 주민의 대표로서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다양한 조례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권한이 무한정인 것은 아닙니다. 상위법령에 위배되거나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경상북도의회에서 의결한 조례안을 두고 법적 분쟁이 발생했는데, 이를 통해 지방의회 조례 제정의 한계와 그 기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경상북도의회 조례안 재의결
경상북도의회는 '경상북도의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습니다. 하지만 경상북도지사는 해당 조례안이 상위 법령에 위배된다며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이를 다시 의결하자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이 된 조례안 내용
공무상 비밀 증언 거부 불가: 공무원은 직무상 비밀을 이유로 의회의 증언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의회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의회 직원이 이를 집행하도록 규정.
조례 위반에 대한 형벌: 불출석, 의회 모욕, 위증 등 조례 위반 행위에 대해 징역 또는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해당 조례안 중 일부가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공무상 비밀 증언 거부 불가 (위법):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비밀이 유지되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직무상 비밀에 대한 증언을 강제하는 것은 공무원의 비밀유지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60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형법 제127조, 보안업무규정 제24조와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같은 법 시행령 제17조의4 제3항에 위반된다. 국가기밀의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 (관련 법률: 헌법 제37조 제2항, 국가공무원법 제60조, 지방공무원법 제52조, 형법 제127조, 보안업무규정 제24조,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지방자치법시행령 제17조의4 제3항)
불출석 증인 동행명령 (위헌 & 일부 합법): 지방자치법 제36조 제7항,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의2에서 동행명령 제도를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부여하고 있어 법률적 위임은 존재한다. 하지만 동행명령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법관이 아닌 지방의회 의장이 발부하는 것은 영장주의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3항에 위반된다. (관련 법률: 지방자치법 제15조, 제36조 제7항, 지방자치법시행령 제19조의2, 헌법 제12조 제3항)
조례 위반에 대한 형벌 (위법 & 위헌):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의 위임 없이 형벌을 규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조례안은 법률의 위임 없이 형벌을 규정했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형벌 규정 자체가 삭제되었으므로 지방자치법 제15조 단서 및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제1항에 위반된다. (관련 법률: 지방자치법 제15조, 제20조, 헌법 제12조 제1항)
핵심 정리: 법개정과 조례의 유효성
법률 개정으로 법규명령의 위임 근거에 변동이 생기는 경우, 개정 전에는 유효했던 법규명령이라도 개정 후 위임 근거가 사라지면 그때부터 효력을 잃게 됩니다. 반대로, 개정 전에는 위임 근거가 없어 무효였던 법규명령이라도 개정 후 위임 근거가 생기면 그때부터 유효하게 됩니다.
(참조판례: 대법원 1995.6.30. 선고 93추199 판결 외 다수)
이번 판결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제정 권한이 상위 법령과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지방의회는 조례 제정 시 상위 법령과의 합치 여부, 기본권 침해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주민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가 행정사무 감사와 관련된 절차를 조례로 정할 수 있는지, 특히 증인 선서, 불출석 처벌 등을 조례로 정한 것이 위법인지 여부에 대한 판결입니다. 핵심은 조례로 정할 수 있는 부분과 법률로 정해야 하는 부분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가 조사/감사를 위해 부르는 증인이 출석하지 않거나 증언을 거부할 때 부과하는 과태료에 대해, 조례로 하한선을 정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회적 신분에 따라 과태료 금액을 다르게 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가 사전 준비기간을 주지 않고, 의장을 거치지 않고 현장 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조례는 위법하다.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가 조례로 감정인에게 선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대법원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의 위임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하여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조례에서 정한 형벌 조항은 법률의 위임 없이 제정되었으므로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일반행정판례
전라북도 의회가 만든 공동주택 입주자 보호 조례안이 국가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고 법률의 위임 없이 주민의 권리와 의무를 제한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판결.
일반행정판례
지방의회는 법령에 정해진 권한 범위 내에서만 집행기관(시장/군수/구청장)을 견제할 수 있으며, 법령에 없는 새로운 견제 장치를 만들 수 없습니다. 특히, 지방의회가 행정사무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공무원의 문책을 요구할 수 있도록 조례를 제정하는 것은 위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