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행패, 두 번 처벌받을 수 있을까? - 업무방해와 상상적 경합

직장에서 누군가 행패를 부려 업무를 방해한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법적으로 처벌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행패를 부렸다면, 각각의 행패에 대해 따로따로 처벌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하나의 행위로 봐서 한 번만 처벌받으면 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상상적 경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 1은 어느 회사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려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피고인 1은 이미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행패를 부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이전 사건과 별개로 다시 기소했지만, 법원은 이를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하여 이전 판결의 효력이 이번 사건에도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즉, 이미 처벌받은 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죠.

상상적 경합이란 무엇일까요?

상상적 경합이란 하나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형법 제40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하나의 행위"인데, 이는 법적인 판단이 아니라 사회 통념상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쉽게 말해, 짧은 시간 동안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행위라면 여러 개의 범죄처럼 보여도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여러 죄 중 하나에 대해 확정판결이 나면 다른 죄에 대해서도 그 효력(기판력)이 미칩니다. 즉, 한 번 처벌받으면 같은 행위에 대해 다시 처벌받지 않는다는 원칙이 적용되는 것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이 사건의 핵심 쟁점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인 1의 행위가 시간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목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사회 통념상 하나의 행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비록 피해자가 다르고 행패의 내용이 조금씩 달랐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을 볼 때 하나의 행패로 이어진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상상적 경합에 대한 이해를 돕는 좋은 사례입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여러 개의 행위라도 사회 통념상 하나의 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면, 이중처벌을 금지하는 원칙에 따라 한 번의 처벌만 받게 됩니다.

참고 법조항 및 판례

• 형법 제40조 (상상적 경합)
• 형법 제314조 제1항 (업무방해)
•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1호 (기판력)
• 대법원 1987. 2. 24. 선고 86도2731 판결
• 대법원 2007. 2. 23. 선고 2005도1023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