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8.03.10

형사판례

협박죄, 어디까지 용인될까? 사실혼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과 그 해석

오늘은 복잡한 가정사에서 발생한 협박죄 성립 여부를 다룬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사실혼 관계, 불륜, 그리고 그에 따른 갈등이 협박으로 이어진 경우, 어떤 기준으로 협박죄를 판단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사건의 개요

10년 이상 사실혼 관계에 있던 피고인 남성과 여성은 옆방에 세 들어 살던 자매와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 남성과 옆집 여동생 사이에 불륜 관계가 발생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사실혼 배우자 여성은 극심한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후 여동생은 자신의 언니와 아버지에게 자신이 피고인 남성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하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하지만 법원은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실혼 배우자 여성과 피고인 남성은 여동생의 가족들에게 여동생을 데려와 사과시키라고 요구하며 여러 발언을 했고, 이 발언들이 협박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법리를 제시했습니다.

1. 공동 협박의 성립 요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2조 제2항)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협박죄를 저지르려면 단순히 같은 장소에 있거나 서로의 범행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 공범 관계, 즉 서로 협력하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 남성과 사실혼 배우자 여성이 함께 협박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들이 있었습니다. (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도1959 판결, 1996. 2. 23. 선고 95도1642 판결, 1986. 6. 10. 선고 85도119 판결 참조)

2. 협박죄의 성립 요건 (형법 제283조)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야 성립합니다. 단순히 불쾌감을 주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발생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해악을 고지해야 합니다.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도2187 판결 참조) 또한, 해악을 고지했더라도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정도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0조 참조)

이 사건에서는 사실혼 배우자 여성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 여동생의 모순된 행동과 태도 등을 고려할 때, "여동생을 데려와 사과시켜라"는 요구와 함께 언급된 해악의 고지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

이 판례는 협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단순히 해악을 고지했는지 여부뿐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과 맥락,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사건처럼 복잡한 개인적인 관계에서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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