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기업의 투명성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하죠. 그런데 만약 회계감사인이 기업 내 횡령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은 회계감사인의 주의의무와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 회계법인은 B 회사의 회계감사를 여러 해 동안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B 회사의 자금팀장 C는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있었고, A 회계법인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C는 허위 주소를 이용해 A 회계법인의 예금잔액 조회를 피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결국 C의 횡령 사실이 드러나자, B 회사는 A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A 회계법인에게 금융기관에 대한 조회서에 정확한 주소가 표시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회계감사준칙에도 조회처의 선택, 조회서 작성 및 발송, 회수 과정을 통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회계감사준칙 505-30)
그러나 법원은 A 회계법인의 주소 확인 의무 위반과 B 회사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A 회계법인이 주소를 제대로 확인했더라도 C의 횡령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판단 근거:
회계감사의 목적: 회계감사의 목적은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 등 이해관계인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구 외감법 제1조, 회계감사기준 제3조 제1항) 횡령 등 부정행위를 직접적으로 예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은 아닙니다. 또한 회계감사준칙에서는 감사인이 부정의 예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회계감사준칙 240-6, 240-13)
내부통제제도의 중요성: 회사 내부의 횡령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내부통제시스템 구축과 운영은 회사의 책임입니다. 이 사건에서 C의 횡령이 장기간 지속된 것은 B 회사의 허술한 인감 관리와 부실한 내부감사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횡령 확대와의 인과관계 부정: A 회계법인의 감사가 종료된 후에도 C의 횡령이 계속되어 손해가 확대되었다면, 이는 A 회계법인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결론:
회계감사인은 기업의 재무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모든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 내부의 견고한 통제시스템 구축과 운영, 그리고 감사인의 주의의무가 함께 작용해야만 회계 부정으로 인한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참조 조문: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조, 제5조, 제17조 제1항, 민법 제390조, 제393조, 제750조, 제763조
참조 판례: 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3다41746 판결, 대법원 2007. 7. 13. 선고 2005다21821 판결
상담사례
저축은행 이사의 횡령 사건에서 회계법인은 감사 소홀에 대한 과실 책임만 부담하며, 이사의 고의적 범죄행위까지 책임지지는 않는다.
민사판례
코스닥 상장회사의 이사와 감사들이 회사 자금 횡령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고, 대법원은 이들의 감시 의무 소홀을 인정하여 회사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특히, 이사회 참석도 없이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공시한 점, 대규모 유상증자 자금 사용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한 점 등을 문제 삼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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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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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감사가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제3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단순한 과실만으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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