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재무제표, 믿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회계감사입니다. 회사 외부의 전문가인 감사인이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펴보고 그 내용이 믿을 만한지 확인하는 절차죠. 그런데 만약 감사인이 제대로 감사하지 않고 문제가 있는 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오늘은 분식회계와 감사인의 책임에 대한 중요한 판례를 통해 그 답을 알아보겠습니다.
감사인의 '적정' 의견, 정말 적정했을까?
이 사건은 한 회사(고합)의 외부감사를 담당했던 감사인(피고인 1)이 분식회계를 알고도 '적정' 의견을 낸 것에 대한 재판입니다. 감사인은 회사의 자산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기록된 것을 알았지만, 추가적인 감사 없이 '적정' 의견을 냈습니다. 법원은 이를 허위 기재로 판단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 허위의 기재를 한 때'란 무엇일까요?
법원은 '구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2001. 3. 28. 법률 제642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0조 제1항 제2호에서 말하는 '감사보고서에 허위의 기재를 한 때'란, 감사인이 감사 결과와 보고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틀린 내용을 기재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헌법재판소 2004. 1. 29. 선고 2002헌가20 등 결정 참조)
이 사건에서 감사인은 회사의 전기이월 잔액에 왜곡이 있을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추가 감사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감사인이 중요한 부정이나 오류의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면 감사 범위를 확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고, 이를 어긴 것은 고의적인 허위 기재라고 보았습니다. 심지어 감사 범위 확대가 불가능했다면 '한정의견'이나 '의견거절'을 표명해야 했지만, 감사인은 이러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합병 후에도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는 또 다른 쟁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사인이 소속된 회계법인이 다른 회계법인에 합병된 후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양벌규정에 의한 법인의 형사책임은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에 승계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04. 7. 8. 선고 2002두1946 판결 참조) 형사책임은 그 성격상 이전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 제328조에서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아니하게 되었을 때' 공소기각 결정을 내리도록 한 것도 이러한 원칙을 보여줍니다.
회계감사, 신뢰의 초석
이번 판례는 회계감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감사인은 단순히 형식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감사를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책임을 다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회계법인이 기업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하여 재무제표가 잘못되었고, 이를 믿은 신용보증기관이 손해를 입었을 경우, 회계법인은 신용보증기관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입니다.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의 기산점과 신용보증기관이 '제3자'로서 손해배상 청구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다룹니다.
민사판례
회계법인이 기업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감사하지 않아 투자자가 손해를 입은 경우, 회계법인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이때 회계법인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잘못된 감사보고서와 투자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회계법인은 다른 이유로 손해가 발생했음을 입증하여 배상 책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회계법인의 부실 감사로 주식 투자자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투자자는 회계법인에 대해 증권거래법뿐 아니라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손해배상액은 부실 감사로 인해 하락한 주가만큼 계산된다.
민사판례
회계법인이 기업의 분식회계를 제대로 밝히지 못한 부실감사로 인해 투자자가 기업어음에 투자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 회계법인은 투자자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액은 기업어음 매입 금액에서 분식회계가 없었더라면 형성되었을 기업어음의 실제 가치를 뺀 금액으로 계산해야 한다.
민사판례
주식회사 감사가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그것이 **중대한 과실** 때문이라는 점이 입증되어야만 제3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단순한 과실이나 분식회계 발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책임지지 않는다.
민사판례
기업의 분식회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여 손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기업과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원은 분식회계와 주가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 산정 방법, 손해배상 청구 소멸시효(제척기간) 등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