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PRENYL'과 '디프레닐' 상표, 유사할까요?

'DEPRENYL'이라는 상표를 의약품에 사용하려는 제약회사와 이미 '디프레닐'이라는 상표를 등록한 회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두 상표가 유사한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두 상표가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DEPRENYL'을 '디프레닐', '데프레닐'로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발음이 거의 같고, 따라서 소비자들이 상품 출처를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제약회사 측은 의약품은 의사나 약사 같은 전문가들이 주로 취급하므로 일반 상품과 달리 상표 유사성 판단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상품과 상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에 혼동할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모든 의약품이 전문가를 통해서만 유통되는 것은 아니고, 일반인들도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분쟁 대상이 된 의약품은 '중추신경계용 약제 등'으로 넓게 지정되어 있어 전문가만 취급하는 특수 의약품인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설령 전문가만 취급하는 의약품이라고 해도 두 상표는 발음이 너무 유사하여 전문가들조차 혼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DEPRENYL' 상표 등록을 거절했습니다.

이 판결은 상표법 제8조(상표등록의 거절이유)에 따라 유사한 상표 등록을 금지하는 원칙을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또한, 의약품 상표의 유사성 판단 시 전문가와 일반 소비자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이 판결은 대법원 1994.5.27. 선고 94후197 판결과 같은 맥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