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주고 못 받았을 때, 채무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빌려준 돈이 없는데도 가짜 채권으로 가압류 등기를 했다면 어떤 죄가 성립할까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가 성립할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실제 빌려준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짜고 허위 차용증을 만들어 채무자의 토지에 가압류를 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가압류 결정을 내렸고, 등기소에는 가압류 등기가 완료되었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을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로 기소했습니다. 즉, 피고인이 허위의 내용으로 등기부에 불실의 사실을 기록하게 했다는 것이죠.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가 성립하려면 당사자가 직접 허위 신고를 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쉽게 말해, 등기 담당 공무원을 속여서 허위 내용을 등기부에 올리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법원을 속여 가압류 결정을 받아냈지만, 등기 자체는 법원의 촉탁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즉, 등기 담당 공무원은 법원의 정당한 촉탁에 따라 등기를 실행했을 뿐, 피고인의 허위 신고에 속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따라서 비록 가압류 신청 과정에 허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등기 담당 공무원이 직접 허위 신고를 받은 것이 아니므로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형법 제228조 제1항과 민사집행법 제293조, 그리고 대법원 1983. 12. 27. 선고 83도2442 판결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민사집행법 제293조는 부동산 가압류는 법원이 집행하고, 법원 사무관 등이 등기를 촉탁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등기 절차 자체는 법원의 권한과 책임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가짜 채권으로 가압류를 하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행위지만, 모든 불법 행위가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판례입니다. 다른 법률에 따른 처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적어도 공전자기록 등 불실기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형사판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채권이라도 양도 행위 자체가 진짜라면, 그 채권 양도에 대한 공정증서를 작성하는 것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민사판례
실제 전세 계약 없이 서류상으로만 전세권을 설정했더라도, 이를 모르고 그 전세권에 대한 채권을 가압류한 사람은 보호받을 수 있다.
형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채무자 재산에 가압류를 걸어둔 사람이 채무자의 거짓말에 속아 가압류를 풀어줬다면, 설령 나중에 가압류의 근거가 된 채권이 원래 없었던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채무자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민사판례
돈을 특정 계좌에 입금하도록 은행에 의뢰했지만, 은행이 그 계좌가 아닌 다른 곳에 입금했을 때, 그 계좌가 가압류된 경우 은행의 행위가 불법행위인지, 그리고 원래 입금받을 권리가 없는 사람의 계좌에 돈이 입금될 예정이었는데, 입금 의뢰인이 이를 취소했을 때 이것이 불법행위인지에 대한 판례입니다.
형사판례
빚을 받기 위해 채무자의 다른 채권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압류할 채권이 실제로 없다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은 진짜라면 소송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
민사판례
돈을 받지 못할까 봐 채무자의 부동산에 가압류를 걸어놨는데, 법원에서 가압류를 취소했고, 그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면, 원래 돈을 받으려던 사람은 더 이상 가압류를 신청할 이유가 없다는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