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범이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긴급피난이 성립할까?

강간범이 범행 중 피해자의 저항으로 인해 자신도 다치게 되었을 때, 이를 긴급피난으로 볼 수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에 침입하여 잠자는 피해자를 강간하려 했습니다. 피해자가 소리를 지르자 입을 막고 음부를 만졌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손가락을 깨물며 저항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물린 손가락을 비틀어 잡아 뽑았고, 그 결과 피해자는 치아가 빠지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를 강간치상죄로 판단했습니다. 강간치상죄는 강간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는 범죄입니다. 이 경우 상해는 강간 행위 자체, 강간을 위한 폭행, 그리고 강간에 수반하는 행위에서 발생한 경우 모두 포함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의 상해는 피고인이 강간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므로 강간치상죄가 성립합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저항을 예상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발생한 상해 역시 예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서, 그 위난의 원인이 피고인에게 있지 않은 경우에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형법 제22조).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피고인이 스스로 강간을 시도했기 때문에 위난을 자초한 것이고, 피해자의 저항은 정당한 방어행위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긴급피난으로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관련 법조항

• 형법 제297조 (강간)
• 형법 제301조 (강간등 상해·치상)
• 형법 제22조 (긴급피난)

결론

강간범이 피해자의 저항으로 인해 자신도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긴급피난으로 볼 수 없습니다. 스스로 위험을 초래한 강간범에게 긴급피난을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판례는 강간범죄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피해자의 정당방위 권리를 보호하는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