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7.04.07

형사판례

강제추행과 상해, 그 애매한 경계

오늘은 강제추행으로 인한 상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단순 폭행이나 협박을 넘어 상해까지 이르렀는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데요, 특히 피해자가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통증을 어떻게 객관적인 증거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 됩니다.

이번 사건은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려고 하는 등 추행을 하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목의 염좌라는 상해를 입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1심과 2심에서는 피고인의 강제추행 및 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상해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쟁점은 바로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이었습니다. 피해자는 사건 발생 5일 후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당시에는 상해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주 후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았는데, 진단서에는 '목의 염좌'라는 병명과 3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진단서만으로 상해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경찰 조사에서는 "다친 곳은 없다"라고 진술했고, 친구와의 메시지에서도 병원에 갈 필요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태도 때문에 진료를 받았다는 뉘앙스의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상해진단서가 주로 피해자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 기반한 경우,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진단 시점: 진단서 발급 시점이 상해 발생 시점과 얼마나 가까운지
  • 진단서 발급 경위: 진단서 발급 과정에 의심스러운 정황은 없는지
  • 상해 부위 및 정도의 일치성: 진단서 내용이 피해자가 주장하는 상해 원인과 일치하는지
  • 기존 질환과의 관계: 통증이 기존 질환이 아닌 새로운 원인으로 발생했는지
  • 진료 경과: 사건 이후 진료 시점, 동기, 경위, 이후 치료 경과

또한, 강제추행치상죄에서의 '상해'는 단순한 통증을 넘어 신체의 건강상태가 나빠지고 생활기능에 장애가 초래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 판결 등 참조) 극히 경미한 상처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는 상해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606 판결 등 참조)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원심이 이러한 점들을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상해를 인정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 판례는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강제추행치상죄에서 상해의 의미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 법조항 및 판례

  • 형사소송법 제308조 (증거재판주의)
  • 형법 제298조 (강제추행)
  • 형법 제301조 (상해)
  •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 대법원 2000. 3. 23. 선고 99도3099 판결
  • 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3도4606 판결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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