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는 법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장사를 하면 건물 주인에게 그 건물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매수청구권(민법 제643조)**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권리를 포기하기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과연 이런 계약은 유효할까요? 오늘은 건물 철거 위기에 놓인 세입자가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3년 더 장사를 할 수 있게 된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발단:
원래 세입자 '갑'은 건물주와 5년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종료 시 건물을 철거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갑'은 건물주의 동의 없이 '을'에게 임차권을 넘겨버렸습니다. 이는 **무단양도(민법 제652조)**에 해당하여 계약 위반이죠. 결국 건물주는 계약을 해지하고 '을'에게 건물을 철거하고 나가라고 요구했습니다.
벼랑 끝에 선 '을', 그리고 새로운 계약:
졸지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을'은 건물주에게 사정했습니다. "제발 3년만 더 장사하게 해 주세요!" 건물주는 '을'의 간청을 받아들여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3년간 맺어주면서, 대신 계약 종료 후 건물을 포기하는 조건을 걸었습니다. 즉, '을'은 건물 매수청구권을 포기한 셈이죠.
매수청구권 포기, 정말 괜찮을까?
세입자에게 불리한 매수청구권 포기 약정은 무효입니다. (민법 제643조는 강행규정)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무효인 것은 아닙니다. 계약 당시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세입자에게 오히려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습니다.
즉, 건물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3년 더 영업할 수 있었던 '을'에게 이 계약은 오히려 이익이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을'의 매수청구권 포기 약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 1982.1.19. 선고 81다1001 판결 참조)
결론:
세입자의 매수청구권 포기는 원칙적으로 무효지만, 계약 체결 경위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세입자에게 실질적으로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유효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처럼, 당장 쫓겨날 위기에 처한 세입자가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추가적인 영업 기회를 얻는 경우가 그 예시입니다.
상담사례
토지 임대 후 건물을 지었더라도, 임대인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하면 계약 해지될 수 있고, 해지 후 새로 계약을 맺더라도 건물 매수청구권 행사는 어려울 수 있다.
민사판례
토지 임대차 계약 종료 후, 임차인이 지은 건물이 기존 건물이나 임대인 동의를 받고 지은 건물이 아니더라도, 임대 목적에 위배되지 않고 임대인이 예상 못 할 정도로 고가가 아니라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민사판례
토지 임대차 계약이 끝난 후, 임차인이 건물을 철거하지 않으면 건물 소유권이 임대인에게 넘어간다는 약정은 무효이며, 임대인의 계약 해지 사유가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일 경우 임차인은 건물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또한, 임차인이 임차한 땅을 직접 점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임대인은 계약 종료에 따른 토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국유지나 공유지를 빌려 나무를 심은 사람이 계약 종료 시 나무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더라도, 그 약속이 **반드시** 빌린 사람에게 불리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판결. 약속이 이루어진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
상담사례
토지 임대 후 건물을 지었다면 임대 기간 만료나 토지 반환 소송 패소 후에도 건물 철거 전까지는 건물 매수 청구권을 행사하여 건물 값을 받을 수 있다.
민사판례
아파트 재건축 시 재건축에 참여하지 않는 소유자에게 매도를 강제할 수 있는 권리(매도청구권)는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행사해야만 효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