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1.12.27

형사판례

경찰 본부장의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그 경계는?

1987년, 한 대학생이 경찰 조사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치안본부장이었던 피고인은 이 사건과 관련하여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과연 그는 유죄일까요? 대법원의 판단을 살펴보겠습니다.

직권남용이란 무엇일까요?

직권남용죄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 범위 내의 일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직무 수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권한을 벗어난 행위를 하는 경우죠. 단순히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불법 행위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또한, 직권남용죄에서 '의무'란 법률로 정해진 의무를 의미합니다. 단순한 심리적 또는 도덕적 의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의사에게 기자간담회 참고용 메모 작성을 요구하고, 두 차례 수정까지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직권남용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왜 그럴까요?

  • 메모 작성은 연구소 의사의 법적 의무가 아니었습니다.
  • 피고인의 메모 작성 요구는 그의 일반적인 권한에 속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 의사가 메모를 작성해 준 것은 호의였을 뿐, 법적 의무에 따른 것이 아니었습니다.

즉, 피고인이 의사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강요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형법 제123조)

직무유기, 은폐 시도는 직무 포기인가?

직무유기죄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피고인이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제대로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이 사건 발생 보고를 받고 부검을 지시하는 등 직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대법원은 여러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이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사망 원인을 심장쇼크사로 발표하고, 부검의에게 사인을 조작하도록 요구했으며, 수사 지시도 늦게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단순한 직무 태만을 넘어 직무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결국, 원심이 신빙성 있는 증거들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사실오인이라는 것이죠. (관련 법조항: 형사소송법 제308조)

결론

이 사건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의 경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권한 범위 내의 일이라도 불법적으로 행사하면 직권남용이 되고, 직무 수행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은폐하려는 시도는 직무유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환송했습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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