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5.11.10

형사판례

경찰관의 허위공문서 작성, 정당행위일까?

오늘은 경찰관 A씨가 상위 조직의 마약사범 검거를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겠습니다. A씨는 자신의 행위가 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쟁점 1: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A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는 진술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그 진술이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증거능력을 부인했습니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요?

법원은 검사 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진정성립을 인정하면, 특별히 임의성이 의심될 만한 사유가 없는 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08조, 제312조 제1항). 즉, 조서 자체가 진짜이고 피고인이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조서 내용의 진실성도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다만, 임의성에 대한 의심이 있다면 조서의 형식과 내용, 진술자의 학력, 경력, 지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1990.6.8. 선고 90도646 판결, 1990.6.22. 선고 90도741 판결, 1994.2.8. 선고 93도3318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A씨의 진술이 임의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습니다.

쟁점 2: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

A씨는 작성 명의인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문서는 허위공문서작성죄(형법 제227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문서에 작성자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문서는 작성자의 서명, 날인은 없었지만, 첫머리에 작성 사법경찰리와 참여 사법경찰리의 직위와 성명이 기재되어 있었기 때문에 허위공문서작성죄의 객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73.9.29. 선고 73도1765 판결).

쟁점 3: 정당행위와 법률의 착오

A씨는 상위 조직의 마약사범 검거라는 정당한 목적을 위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으므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검사의 지시에 따른 것이므로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법률의 착오(형법 제16조)를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마약사범 검거라는 목적이 있더라도 허위공문서 작성이라는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률의 착오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해 허용된 행위라고 그릇 인식하고, 그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1994.4.15. 선고 94도365 판결, 1995.6.16. 선고 94도1793 판결). 23년간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한 A씨가 허위공문서 작성이 위법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정당한 이유 있는 법률의 착오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유죄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불법적인 수단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판결입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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