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죠. 계약 당사자 간에 다양한 사정으로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계약을 끝내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합의해제'입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말없이 헤어지는 계약', 즉 묵시적 합의해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려면 서로 명확하게 해제 의사를 표시해야 합니다. 마치 "우리 계약을 끝내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죠. 하지만 꼭 말로 하지 않더라도, 행동으로 계약을 끝낼 의사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묵시적 합의해제입니다.
대법원은 계약의 합의해제는 명시적일 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543조, 대법원 1994. 8. 26. 선고 93다28836 판결 등) 즉,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드러난다면, 말로 하지 않았더라도 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갑과 을은 토지 소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화해계약을 맺었습니다. 갑은 을에게 토지 두 필지를 받고, 나머지 두 필지는 을의 소유로 인정하기로 한 것이죠. 을은 갑에게 등기권리증과 인감증명서까지 넘겨주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등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이전과 같은 주장을 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화해를 하기로 해놓고, 다시 싸움을 시작한 셈이죠. 이에 을은 갑에게 "화해는 없던 일로 하자!"라고 통보했습니다. 법원에서도 화해를 권유했지만, 둘 다 거부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갑과 을의 행동을 보고, 서로 화해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따라서 비록 명시적으로 "화해계약을 해제하자"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묵시적인 합의해제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7. 8. 13. 선고 97나12787 판결)
이처럼 묵시적 합의해제는 당사자들의 행동을 통해 계약 해제 의사를 추론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것만큼이나, 계약 이후의 행동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민사판례
계약을 합의 해제하기로 했더라도, 이미 이행된 부분 (예: 돈을 지급한 경우)에 대한 처리(반환, 배상 등)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실제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상담사례
말 없이도 부동산 계약 해지가 가능한 '묵시적 합의해제'는 당사자들의 행동(예: 계약 해지 의사 표현 후 공탁금 수령)으로 계약 해지에 대한 암묵적 동의를 추론하여 성립한다.
민사판례
계약 당사자들이 명시적으로 해제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도, 계약 이행 없이 장기간 방치한 경우 묵시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사판례
계약 당사자들이 오랫동안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계약이 해제된 것은 아닙니다. 계약 해제는 당사자들이 계약을 끝내기로 하는 명확한 합의가 있어야 하며, 그러한 합의가 없었다면 단순히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민사판례
버스 외부광고 대행계약을 둘러싼 분쟁에서, 계약 해지의 효력 발생 시점과 이행보증금의 성격(위약금) 및 범위에 대한 판단.
민사판례
계약 당사자 간 합의해제는 단순히 계약 내용을 변경하겠다는 의사표시만으로는 성립하지 않고,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하겠다는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한다. 특히 매매계약의 경우, 계약금 등 돈이 오고간 상황이라면 합의해제 시 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해제의 진정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