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입찰에 참여해서 낙찰되었다면, 당연히 계약이 성립된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좀 더 복잡한 절차가 숨어있습니다. 오늘은 낙찰 후 계약 체결 과정과 관련된 흥미로운 판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낙찰과 계약의 관계: 편무예약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을 진행하는 경우, 낙찰자 결정은 곧바로 계약 성립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낙찰은 단지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법적으로는 이를 편무예약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낙찰은 본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일종의 '약속' 단계인 것이죠. (대법원 1977. 2. 22. 선고 74다402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2다46829, 46836 판결 등 참조)
실제 계약은 이후 계약서 작성 및 담당 공무원과 낙찰자의 서명 날인을 통해 성립됩니다. (구 지방재정법 제63조, 국가계약법 제11조)
입찰 조건 변경, 가능할까요?
이번 판례의 핵심은 지자체가 낙찰 후 계약의 주요 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판례는 낙찰 후에도 본계약 체결 전이라면 계약의 주요 내용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낙찰 시점에 이미 계약의 핵심 조건(목적물, 금액, 이행기 등)에 대한 당사자 간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단, 세부적인 사항 조정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입찰 공고와 다르게 주요 내용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이미 성립된 예약에 대한 승낙 의무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1994. 12. 2. 선고 94다41454 판결 참조)
사례 분석: '현상태대로'의 함정
이번 판례에서는 광주시가 '현상태대로 매각'한다는 조건으로 토지와 건물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원고가 낙찰되었지만, 광주시는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매각 대상 토지 중 도로 부분을 일반인에게 무상 제공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려 했습니다. 이에 원고가 거부하자 광주시는 입찰을 취소했습니다.
법원은 광주시의 입찰 취소는 무효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상태대로 매각'이라는 입찰 조건과 달리 도로 부분에 대한 소유권을 제한하는 것은 예약에 대한 승낙 의무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결론
공공입찰에서 낙찰은 계약 성립의 시작일 뿐, 완료가 아닙니다. 낙찰 후에도 본계약 체결까지는 신중하게 절차를 진행해야 하며, 지자체 역시 입찰 조건을 함부로 변경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판례는 공공입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상담사례
A시가 입찰 공고와 달리 도로 부지 무상 제공 조항을 추가하며 낙찰자 갑씨의 계약 거부를 이유로 입찰을 취소한 것은 부당하며, 갑씨는 계약 이행을 요구할 수 있다.
민사판례
국가기관이 입찰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나 기준을 어겼더라도, 그 위반이 입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중대한 하자가 아니면 낙찰 결정은 유효합니다. 단순한 절차상의 하자만으로는 낙찰이 무효가 되지 않습니다.
생활법률
지방자치단체 입찰은 공개적인 개찰을 통해 입찰 내용을 확인하고, 적격 심사 후 낙찰자를 선언하며, 계약 완료 후에는 낙찰자 지위 확인 소송이 불가능하다.
민사판례
지자체가 입찰 과정에서 실수를 하여 입찰을 취소하고 재입찰을 진행했을 때, 처음 입찰 취소가 잘못되었더라도 재입찰 자체에 문제가 없다면 유효하다는 판결.
생활법률
지방자치단체 입찰은 2인 이상 참여해야 성립되며, 연기/무효될 수 있고, 무효 사유는 참가자격, 입찰보증금, 제출서류, 절차준수 등 다양하며, 무효 시 이유가 고지되고 재입찰/재공고입찰이 가능하다.
생활법률
지방자치단체 계약은 개찰(입찰서 공개), 낙찰자 결정(최저가격 및 적격심사), 예정가격(기준가격 설정), 낙찰 선언(최종 결정) 순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