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하면서 분쟁이 생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계약서에 "분쟁이 생기면 무조건 중재로 해결한다!"라고 적어놓고도, 막상 문제가 생기면 소송부터 거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데 소송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아차! 중재합의 했었지!" 하고 중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례를 들어볼게요.
A씨와 B씨는 공사 계약을 맺으면서, 모든 분쟁은 중재판정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공사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자, A씨는 B씨를 상대로 바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장도 내고, 본격적인 재판 준비를 위한 준비서면까지 제출했죠. 그런데 한참 재판이 진행되던 중, A씨는 갑자기 "우리 중재합의 했었잖아요! 이 소송은 잘못됐어요!"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A씨의 주장은 받아들여질까요?
대법원은 이런 경우, 소송을 제기한 쪽이 이미 본안에 대한 준비서면까지 제출했다면, 더 이상 "중재합의가 있으니 소송은 안 된다"라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1. 4. 23. 선고 91다4812 판결).
쉽게 말해, 중재합의를 했더라도 소송을 먼저 시작하고, 본격적인 재판 준비까지 진행했다면, 나중에 중재합의를 이유로 소송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이미 소송 절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중재합의를 먼저 주장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왜 이런 판결이 나왔을까요?
재판은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만약 소송이 한참 진행된 후에 중재합의를 이유로 소송을 무효화할 수 있다면, 재판의 안정성이 깨지고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낭비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재합의가 있다면 소송 초기에 주장해야 하고, 본안에 대한 답변이나 준비서면까지 제출했다면 이미 소송 진행에 동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결론적으로, 공사 계약에서 중재합의를 했다면 분쟁 발생 시 곧바로 중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소송을 먼저 제기하고 나중에 중재합의를 주장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계약에 분쟁 발생 시 중재를 먼저 거치도록 정해진 경우, 소송에서 "중재부터 해야 한다"는 항변은 본안에 대한 주장을 하기 *전*에 해야 합니다. 본안에 대한 주장을 하고 나서 재판이 시작된 후에는 이런 항변을 할 수 없습니다.
민사판례
중재합의가 없거나 무효라고 주장하며 중재절차를 법원의 가처분으로 중단시킬 수는 없습니다. 중재절차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원의 개입은 중재법에서 정한 경우로 제한됩니다.
민사판례
중재인이 스스로 권한이 없다고 판단하여 중재신청을 각하한 경우, 그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민사판례
중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더라도, 그 절차를 바로 중단시키기 위한 가처분 신청은 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중재판정이 나온 후에 그 판정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판례
중재 합의가 있다면 법원은 분쟁 내용의 타당성을 판단하지 않고 중재인을 선정해야 한다.
민사판례
공사도급계약서에 분쟁 발생 시 대한상사중재원에서 중재를 통해 해결하기로 하는 조항(중재조항)이 있었는데, 이 조항이 법원 소송 대신 중재만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속적 중재조항으로 해석된 사례입니다. 또한 중재판정에서 법정이자율에 따른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한 것이 위법하지 않으며, 이후 해당 이자율 조항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더라도 중재판정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판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