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유족급여와 보험사 상계, 누가 이길까요?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에게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를 지급한 후, 가해 차량의 보험사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보험사가 유족에게 지급한 금액을 공제하고 지급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이에 대해 흥미로운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 근로자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근로복지공단은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했습니다. 이후 공단은 유족의 권리를 대신하여(대위) 가해 차량 보험사에 손해배상금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이미 유족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있다며, 이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보험사는 유족에게 지급한 보험금과 공단이 청구하는 손해배상금을 서로 상계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1. 공단이 유족을 대위하여 행사하는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하 자배법) 상 압류 또는 양도 금지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2. 양도 또는 대위되는 채권이 원래 압류가 금지되는 것이었을 경우, 채무자가 상계로 채권양수인 또는 대위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자배법의 목적은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공단이 유족에게 유족급여를 지급함으로써 피해자(유족)의 손해는 이미 보상되었으므로, 공단이 대위 행사하는 손해배상채권에는 자배법상 압류 또는 양도 금지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구 자배법 제32조)

2. 원래 압류가 금지된 채권은 채무자가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압류 금지 채권은 채무자의 자동채권에 대한 담보로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채권이 양도되거나 대위된 이후에도 채무자는 상계로 대항할 수 없습니다. (민법 제497조)

즉, 보험사는 공단에 대해 상계를 주장할 수 없으며, 공단은 보험사로부터 유족급여 전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4조 1항 (현행 제87조 제1항 참조): 공단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규정
• 구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2조 (현행 제40조 참조): 직접청구권의 압류 또는 양도 금지
• 민법 제497조: 압류금지 채권에 대한 상계 금지
•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481 판결: 상계권자의 지위에 대한 법적 보호 근거
• 대법원 1999. 8. 20. 선고 99다18039 판결: 채권양도와 상계 관련 판례

결론

이 판결은 교통사고 피해자 보호라는 자배법의 취지를 명확히 하고, 근로복지공단의 구상권 행사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유사한 상황에 놓인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