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와 계약을 맺은 회사의 협력업체가 서류를 위조했을 때, 그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와 관련된 중요한 법리가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사건의 개요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원고')은 방위사업청(이하 '피고')과 계약을 체결하고 협력업체를 통해 부품을 납품받았습니다. 그런데 협력업체가 제출한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피고는 원고에게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며 피고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 밖의 사용인'의 범위: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은 계약상대자 등의 '대리인, 지배인 또는 그 밖의 사용인'의 부정행위에 대해 계약상대자 등에게 책임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그 밖의 사용인'에 계약상대자의 의무 이행을 위해 업무를 위탁받아 처리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했습니다. 즉, 원고의 협력업체도 '그 밖의 사용인'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계약에 관한 서류'의 해석: 대법원은 '계약에 관한 서류'에는 계약 체결 뿐 아니라 계약 이행과 관련된 서류도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위조된 시험성적서는 '계약에 관한 서류'에 해당하며, 이를 위조한 행위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사유가 됩니다.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제8호)
주의·감독 의무: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76조 제1항 단서에 따르면, 계약상대자 등이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에는 제재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고가 협력업체에 대한 충분한 주의와 감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국가와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협력업체의 행위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하며, 협력업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는 국가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판단으로 해석됩니다.
참조 법조항 및 판례
일반행정판례
국가와 계약할 때 허위 서류를 제출했더라도, 그 허위 서류가 계약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고 계약의 공정성을 해치지 않았다면 입찰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세관 공무원이 다른 공무원의 공무원증 등을 위조하여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사건에서, 비록 위조행위가 개인적인 목적이었더라도 직무와 관련된 외관을 보였기 때문에 국가가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일반행정판례
국가 입찰에서 참가 자격 관련 서류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는 행위도 서류 위조로 보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
민사판례
위조된 판결서를 이용해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했을 때, 등기관이 이를 간과하고 등기를 처리해준 경우 국가가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입니다. 이 판례는 등기관의 심사 의무 범위와 주의 의무 정도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판결서 양식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등기관에게 위조 여부를 정밀하게 확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민사판례
위조된 서류로 등기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등기공무원의 잘못은 아니다. 등기공무원이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위조된 부분이 쉽게 알아볼 수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상담사례
직원이 회사 업무와 관련하여 어음 배서를 위조한 경우, 회사는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지므로 피해자는 어음상 절차 없이도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