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면 어떻게 될까요? 일반적으로 손해배상 청구에는 소멸시효가 존재합니다. 즉,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국가가 소멸시효가 지났음에도 배상해 줄 것처럼 행동했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결을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1956년 발생한 사망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유족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국가의 과실로 인해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국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배상을 거부했습니다.
소멸시효, 그러나...
국가의 주장처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5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민법 제766조 제1항, 1961. 12. 19. 법률 제849호로 폐지되기 전의 구 재정법 제58조). 이 사건의 경우, 불법행위 발생 시점으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났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을 근거로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마치 배상을 해줄 것 같은 태도를 보여 피해자를 믿게 만들었다면, 그리고 피해자가 그 믿음을 바탕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했다면, 국가는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상당한 기간'은 어느 정도일까?
대법원은 '상당한 기간'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당사자 관계, 국가의 행위 내용과 동기, 피해자의 권리행사 지연 사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일반적으로는 민법상 시효정지 사유가 소멸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의 단기간으로 제한되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최대 3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의 결론
이 사건에서는 원심이 '상당한 기간'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되었습니다. 즉, 하급심에서 위에서 언급한 기준들을 바탕으로 '상당한 기간'을 다시 판단해야 합니다.
핵심 정리
이 판결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특히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권리행사가 늦어진 경우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권리행사 가능성을 검토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판례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시,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배상 의사를 보여 피해자가 이를 믿고 권리를 행사했더라도, 그 기간이 '상당한 기간'을 넘으면 국가는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 이 판례는 '상당한 기간'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그 기간이 통상 6개월을 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기간 연장이 필요하더라도 최대 3년을 넘지 못한다.
민사판례
국가의 과거사 진실규명 결정 이후, 피해자 본인의 위자료 청구는 상당 기간 내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으나, 유족 고유의 위자료 청구는 별도로 판단해야 하며, 진실규명 결정 후 상당한 기간이 지난 후 청구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다.
민사판례
억울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된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국가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며, 무죄 확정 후 일정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특히 형사보상을 먼저 청구한 경우, 형사보상 결정 확정 후 6개월 안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민사판례
국가가 과거사 진실규명 결정을 한 후, 피해자가 상당한 기간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도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
민사판례
국가의 불법체포·구금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는 불법행위가 끝난 날로부터 5년 안에 해야 하며,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구체적으로 불법체포·구금의 경우, 구속영장 발부·집행으로 불법상태가 종료된 날로부터 5년의 소멸시효가 시작됩니다.
민사판례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에는 객관적 기산점(불법행위 발생일)에 따른 장기 소멸시효(5년)가 적용되지 않고, 주관적 기산점(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에 따른 단기 소멸시효(3년)만 적용된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통지서를 받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