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안기부(현 국가정보원)는 살인사건을 간첩사건으로 조작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북한 공작원이 아니었음에도, 국가는 진실을 은폐하고 가해자와 공모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진실이 드러나자 국가는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했고, 이후 가해자에게 배상금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복잡한 사건, 자세히 살펴볼까요?
국가의 책임: 공동불법행위와 구상권
국가정보기관은 가해자와 함께 진실을 숨기고 피해자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는 국가와 가해자가 함께 저지른 공동불법행위(민법 제760조 제1항,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해당합니다. 법원은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건을 조작했기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여, 국가가 배상금의 90%, 가해자가 10%를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국가는 피해자 유족에게 배상한 후, 가해자에게 배상금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구상권이라고 하는데,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과 민법 제2조에 따라 행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잘못이 큰 만큼, 가해자에게 무한정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법원은 가해자의 관여 정도, 국가의 책임 등을 고려하여 구상권의 범위를 제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사건 조작에 수동적으로 가담했기에 국가배상금의 일부만 돌려받도록 판결했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의 불법행위와 배상 책임
국가정보기관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가해자를 불법 구금하고 협박했습니다. 이는 가해자의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불법행위(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민법 제750조)입니다. 따라서 국가는 가해자에게도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소멸시효: 진실 규명의 시간적 제약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 사건에서 국가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구 예산회계법(현 국가재정법)에 따른 5년의 시효를 적용했습니다. 소멸시효 기간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직권이며 (민사소송법 제203조), 변론주의(민사소송법 제203조) 위반이 아닙니다. (대법원 1977. 9. 13. 선고 77다832 판결 참조).
또한, 국가정보기관은 진실 은폐를 위해 장기간에 걸쳐 가해자를 감시하고 출국을 금지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을 각각 별개의 불법행위로 보아, 각 행위에 대한 소멸시효를 따로 계산했습니다 (국가배상법 제2조 제2항, 민법 제750조, 구 예산회계법 제96조).
이 판례는 국가정보기관의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위한 법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국가는 공권력을 남용하여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며,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는 결국 더 큰 책임을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민사판례
과거 불법구금 및 고문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던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국가는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권리남용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위자료 지연손해금은 불법행위 시점이 아닌 사실심 변론종결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민사판례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국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핵심입니다. 단, 진실규명결정 이후 상당한 기간(최대 3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새로운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멸시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민사판례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이후 피해자가 국가배상을 청구할 때,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
민사판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과 관련하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의 조사보고서가 손해배상 소송에서 어떤 증명력을 가지는지, 그리고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한국전쟁 당시 불법적으로 살해된 민간인 유족이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소멸시효는 진실규명결정을 **실제로 알게 된 날**부터 시작된다는 판결. 단순히 진실규명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피해자가 그 내용을 실제로 인지해야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의미입니다.
민사판례
국가의 불법체포와 간첩조작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가족들이 사회적 낙인 때문에 직장을 잃고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경우, 국가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