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3.09.13

민사판례

과거사 피해 배상과 소멸시효, 국가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

과거 국가의 잘못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뒤늦게 진실을 밝히고 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며 소멸시효를 주장하며 배상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과연 국가는 이렇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정당한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 국가의 책임이 인정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한국전쟁 당시 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후,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국가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배상 책임을 부인했습니다.

핵심 쟁점: 소멸시효와 신의성실의 원칙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정당한지 여부입니다. 일반적으로 채권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자에게 마치 시효를 주장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여 채권자를 믿게 만들었다면, 채권자가 그 믿음을 바탕으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을 때 채무자는 소멸시효를 주장할 수 없습니다.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민법 제2조)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과거사정리법의 제정 자체에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희생자로 인정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피해자나 유족들은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정당한 믿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한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민법 제2조)으로서 허용될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모든 경우에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진실규명결정 이후 '상당한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하며, 이 기간은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경우 최대 3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한, 소송 과정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거나 새로운 청구를 추가하는 경우에는, 추가된 청구에 대해서는 진실규명결정일로부터 소멸시효를 따져보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법조항)

  • 민법 제2조 (신의성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 민법 제162조 (소멸시효)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 민법 제766조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 국가배상법 제2조 (배상책임)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 국가배상법 제8조 (소멸시효) 배상신청권은 그 손해 및 가해공무원을 안 날부터 2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손해나 가해공무원을 안 날은 그 손해나 가해공무원을 현실적으로 안 날을 말한다.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관련 조항 다수)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결론

국가는 과거의 잘못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은 국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는 소멸시효라는 법적인 테두리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이 판결은 과거사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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