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5.01.29

민사판례

국제거래에서의 채권 상계, 어떻게 적용될까?

국제거래에서는 여러 나라의 법률이 얽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채권과 채무 관계에서 상계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법을 적용해야 할지 복잡해집니다. 오늘은 영국법상 상계와 우리나라 압류절차가 겹쳤을 때 어떤 법을 적용하는지,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상계란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서로에게 돈을 갚아야 할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갚을 돈을 서로 없던 것으로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100만원을 빌려주고, B가 A에게 50만원을 빌려준 경우, 서로 상계하면 A는 B에게 50만원만 받으면 됩니다.

사건의 개요

한국 회사 A는 영국 회사 B에게 돈을 빌려주었고 (피가압류채권, 수동채권), B는 한국 회사 C에게 돈을 빌려주었습니다(자동채권). C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A는 B가 C에게 빌려준 돈을 가압류했습니다. B는 A에게 "나도 C에게 돈을 받을 게 있으니, 서로 상계해서 A가 나에게 청구할 금액을 줄이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쟁점

이 경우, 상계의 효력을 판단할 때 어떤 나라의 법을 적용해야 할까요? A와 B 사이의 채권은 영국법을 준거법으로 하고 있었지만, A가 B의 채권을 가압류한 것은 한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영국법상 상계도 준거법이 될 수 있다: 영국법상 상계는 소송상 항변권으로서 절차법적인 성격을 가지지만, 상계 결과 양 채권이 소멸한다는 점에서 실체법적인 성격도 가지므로, 상계의 요건과 효과에 관한 준거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

  • 가압류 이후의 상계도 가능하다: 채권 가압류가 되었더라도, 제3채무자(B)는 채무자(C)에 대한 반대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습니다. 단, 가압류 시점에 양 채권의 변제기가 모두 도래했거나, 자동채권의 변제기가 수동채권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도래해야 합니다 (민법 제492조 제1항, 제498조, 대법원 2012. 2. 16. 선고 2011다45521 전원합의체 판결).

  • 상계의 적용 여부는 한국법에 따른다: 비록 채권 자체의 준거법이 외국법이라 하더라도, 한국에서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제3채무자가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지 여부는 한국의 민사집행법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국제사법 제1조).

결론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국의 민사집행법을 적용하여 B의 상계 주장을 인정했습니다. 즉, B는 A가 가압류한 채권에 대해 자신의 채권으로 상계할 수 있고, A는 상계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판례는 국제거래에서 채권 상계와 관련된 법률관계를 명확히 해주는 중요한 판례입니다. 외국법이 관련된 복잡한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법원은 민사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당사자들의 이익을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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