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의원 보좌관의 성추문 관련 기사로 명예훼손 소송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해당 기사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는데요, 어떤 점을 근거로 판결이 내려졌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명예훼손이란 무엇일까요?
명예훼손이란 단순히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표현을 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합니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 헌법에서도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명예훼손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21조 제4항).
'사실의 적시'가 중요합니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합니다. 즉, 단순히 막연한 추측이나 의견 표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실을 언급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번 사례처럼 소문이나 제3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라도, 단정적인 표현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이 특정 사실을 암시한다면 '사실의 적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0. 7. 28. 선고 99다6203 판결,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7도5312 판결).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기사 제목에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사건의 일시와 장소,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징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점, 보좌관의 해명을 함께 제시하여 성관계 자체는 있었던 것처럼 보이게 한 점 등을 근거로 '사실의 적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합니다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야 성립합니다. 이름이나 단체명을 명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이니셜이나 머리글자만 사용했더라도 주변 사람들이 그 표현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알아차릴 수 있다면 피해자가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대법원 2002. 5. 10. 선고 2000다50213 판결, 대법원 2009. 2. 26. 선고 2008다27769 판결).
이번 사례에서는 기사에서 보좌관의 소속과 직업, 여비서의 퇴사 사실 등을 언급하여 국회 관계자들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명예훼손이 인정되었습니다.
진실한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을까요?
적시된 사실이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만 위법성이 조각됩니다. 즉, 사적인 감정이나 다른 목적을 위해 진실한 사실을 폭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법원이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했고, 기사를 쓴 기자가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소문이나 제3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를 작성할 때에도 사실 확인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기사 내용이 특정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수 있다면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형사판례
기사에서 직접적으로 단정하지 않고 소문이나 추측을 인용하여 보도하더라도, 그 내용이 특정 사실을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한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다. 판단 기준은 암시된 사실 자체의 진실성과 공익성 등이다.
민사판례
언론 기사가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판단할 때는 기사 내용뿐 아니라, 일반 독자가 기사를 읽는 방식을 고려하여 기사 전체의 흐름과 뉘앙스, 독자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이 동성애자가 아닌데도 인터넷에 동성애자라고 글을 올린 경우, 사회 통념상 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되어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민사판례
조선일보가 공정위 과장의 계좌에 다단계 업체 자금이 입금된 사실을 보도하면서, 마치 공정위 과장이 부정한 돈을 받은 것처럼 암시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및 정정보도를 명령한 판결.
형사판례
대학 전 총장이 신문광고에 현 이사장이 학교 기본재산을 불법 매각했다는 허위 사실을 게재하여 명예훼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형사판례
명예훼손죄는 사실을 말해서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죄인데, 그 사실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거짓인 경우, 거짓이라는 걸 알고 말했을 때 더 무겁게 처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