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지난 행정처분, 소송으로 다툴 수 있을까?

행정기관의 처분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우리는 행정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그 처분의 유효기간이 이미 지났다면 어떨까요?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오늘은 이와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원고는 조달청으로부터 한 달간 부정당업자로 지정되어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받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에 불복한 원고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동시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도 하였습니다. 법원은 본안 판결 선고 시까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원고는 결국 본안 소송에서 패소했고, 조달청은 남은 기간 동안 제재처분을 집행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이미 제재 기간이 만료된 후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소를 각하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효력 기간이 있는 행정처분의 경우, 그 기간이 지나면 효력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기간 경과 후에는 처분이 외형상 남아있더라도, 그것 때문에 법적인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간 만료 후에는 그 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는 것입니다.

• 행정명령이나 예규에 따른 불이익은 '사실상·경제상' 불이익일 뿐, 법적인 이익 침해로 보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당업자로 제재받은 후 일정 기간 동안 국가 공사의 연대보증인이 될 수 없거나, 선금 지급을 받을 수 없더라도, 이는 법적인 권리가 침해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제재 기간은 이미 만료되었고, 처분으로 인해 침해된 법적 이익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소송을 계속할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소를 각하한 것입니다.

관련 법조항 및 판례

• 행정소송법 제12조 (취소소송의 제기) 취소소송은 처분등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자가 제기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1.4.26. 선고 91누179 판결

• 대법원 1992.7.10. 선고 92누3625 판결

• 대법원 1989.1.17. 선고 87누1045 판결

이처럼 행정처분의 효력 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