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1990.11.27

세무판례

기부금인가, 배당인가? 세금 회피 목적의 기부금은 인정될 수 없다!

회사가 번 돈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어떤 회사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교묘한 방법을 썼다면 어떨까요? 오늘은 기부금이라는 탈을 쓴 부당한 세금 회피 시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보험회사(원고)가 치안본부 소속 차량의 보험 업무를 처리하면서, 몇 년 동안 큰 금액을 '불우경우돕기성금' 또는 '경우회활성화기금'이라는 명목으로 치안본부장에게 기탁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은 치안본부에서 관리되지 않고 바로 재향경우회(경우회)에 전달되었어요. 알고 보니, 경우회는 이 보험회사의 주식 대부분을 소유한 대주주였습니다. 세무서는 이 기부금이 법정 한도를 초과한다며, 초과분에 대해 손금(비용)으로 인정하지 않고 세금을 부과했죠. 보험회사는 이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 법원의 판단

1심과 2심 법원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기부금이 치안본부장에게 전달되었으니, 국가에 기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죠. (구)법인세법 제18조 제2항 제1호에 따르면 국가에 기부하는 금품은 손금으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돈이 사후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죠.

대법원의 판단: 진실은 무엇인가?

하지만, 대법원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이 기부금의 '진짜 목적'에 주목했습니다.

  • 경우회는 이 보험회사의 대주주였고,
  • 기부금액은 회사의 당기순이익, 심지어 자본금보다도 컸으며,
  • 돈은 치안본부를 거쳐 바로 경우회로 흘러갔습니다.

이런 정황을 보면, 보험회사는 세금을 줄이기 위해 '기부금'이라는 형식을 빌려 실제로는 경우회에 이익을 몰아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 제46조 제2항 (현행 법인세법 제52조)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해당합니다. 즉,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기 위한 거래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습니다.

핵심 정리

  • 세금을 줄이기 위해 기부금이라는 형식을 빌려 실제로는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에 따라 손금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 거래의 형식보다는 실질 내용을 따져봐야 합니다.

관련 법 조항:

  • (구)법인세법 제18조 (현행 법인세법 제24조), 제20조 (현행 법인세법 제52조)
  • (구)법인세법 시행령 제42조 제15호, 제46조 (현행 법인세법 시행령 제40조, 제88조)
  • (구)법인세법 시행규칙 제17조 제15호

이 사례는 기업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얼마나 교묘한 방법을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대법원이 거래의 형식보다는 실질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투명한 경영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 이러한 판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유사한 콘텐츠

생활법률

기업 기부, 세금 혜택 받는 방법! 알고 보면 쏠쏠한 절세 팁!

기업 기부는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으로 나뉘어 손금산입(비용처리)을 통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식품 기부도 손비 처리 가능하다.

#기업 기부#세금 혜택#법인세 절세#손금산입

세무판례

특수관계자 채권 회수 지연과 기부금에 대한 법인세 문제

회사가 특수관계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제때 받지 않거나, 특정 재단에 기부금을 낸 경우, 어떤 상황에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특수관계자#채권회수#기부금#부당행위계산부인

세무판례

기부금과 신주인수권 무상양도에 대한 법인세

회사가 보유한 신주인수권을 재단에 무상으로 양도한 것은 기부금에 해당하며, 재단이 신주를 받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은 기부 여부와 관계없다는 판결입니다.

#신주인수권#무상양도#기부금#손금산입

세무판례

의료법인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과 기부금, 세금 계산은 어떻게?

비영리 의료법인이 법정기부금에 대해 세금 공제를 받을 때, 공제 한도 계산 기준이 되는 소득금액에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포함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입니다. 대법원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법인#법정기부금#손금산입#한도계산

세무판례

회사 돈, 개인적으로 썼다고 바로 세금 매기는 건 아니에요! + 조건부 면세, 다시 받으려면 절차 꼭 지켜야죠!

회사가 특수관계인에게 빌려준 돈(대지급금)을 회수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 소득으로 보아 세금을 매길 수는 없으며, 면세 혜택을 받은 차량을 다른 회사에 양도할 때는 다시 면세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판결입니다.

#대지급금#익금산입#특별소비세#조건부 면세

세무판례

명의신탁과 조세회피, 그 미묘한 경계

경영난 타개를 위해 주식을 명의신탁했는데 세금을 피하려는 목적이 없었다면 증여세를 물리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

#명의신탁#증여세#조세회피#경영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