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14.04.24

민사판례

깜빡이는 시선유도등, 국가배상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음주운전 사고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한 도로에 안전시설 미비 등 문제가 있다면, 국가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도로 안전시설과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판례를 소개합니다.

사건의 개요

한 운전자가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도로가에 설치된 철제 울타리를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가 사망했습니다. 사고가 난 도로에는 점등식 시선유도시설(깜빡이는 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사고 당시에는 꺼져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도로 관리 주체인 시흥시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 후 보험자대위에 따라 시흥시에 구상권을 행사한 사건입니다.)

쟁점

꺼져 있던 시선유도시설이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는지, 즉 시흥시가 도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었습니다. 유족 측은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에 따라 시흥시가 시선유도시설을 설치·관리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시흥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 해당 영조물의 용도, 설치 장소의 현황 및 이용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0. 2. 25. 선고 99다5400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사고 당시 야간이었지만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었고, 날씨도 맑았으며 노면도 건조했습니다. 또한 사고 장소 근처에는 경광등과 각종 도로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시흥시가 도로를 관리하는 데 사회 통념상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시선유도시설이 꺼져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도로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결론

이 판례는 도로 안전시설의 미비가 곧바로 국가배상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법원은 사고 발생 경위, 도로의 상태, 기존 안전시설의 유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국가배상 책임 여부를 판단합니다. 음주운전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운전자 스스로의 경각심과 안전운전 의식이 가장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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