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일자: 2022.07.28

민사판례

잘못된 유턴 표지판, 과연 지자체 책임일까? 교통사고와 국가배상 책임에 대한 고찰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려다 사고가 났습니다. 표지판이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런 경우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최근 대법원 판례를 통해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사건을 살펴보고, 국가배상 책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오토바이 운전자 甲은 '┣' 형태의 교차로에서 유턴을 하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교차로 신호등에는 유턴 표지판과 함께 '좌회전 시, 보행신호 시 / 소형 승용, 이륜에 한함'이라는 보조표지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로 좌회전 신호도 없었고, 좌회전할 수 있는 길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甲은 신호가 녹색에서 적색으로 바뀌자 유턴을 시작했고, 맞은편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오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甲은 표지판이 잘못 설치되어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도로 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 잘못된 표지판, 국가배상 책임 인정될까?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잘못 설치된 유턴 표지판이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에 규정된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국가배상법 제5조 제1항은 "도로, 하천 기타 공공의 영조물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즉, 표지판에 문제가 있었더라도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하자'는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 '영조물 설치·관리상의 하자'란?: 공공의 목적에 사용되는 영조물이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때 안전성은 영조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를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관리 주체의 재정적·인적·물적 제약도 고려해야 합니다. 즉, 완벽한 안전성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이용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을 전제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면 충분합니다.

  • 일반적인 운전자의 인식: 비록 표지판에 도로 구조 및 신호체계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유턴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사고 이전에 해당 표지판으로 인한 민원이나 사고가 없었다는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 상대적인 안전성 확보: 대법원은 완전무결한 상태가 아닌,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을 갖추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2다9158 판결, 대법원 2013. 10. 24. 선고 2013다208074 판결 참조)

결론

이번 판례는 영조물의 설치·관리상 하자에 대한 판단 기준을 다시 한번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단순히 표지판에 오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자체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운전자의 인식 가능성, 사고 발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교통사고 발생 시, 국가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영조물의 하자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은 법적 자문이나 효력을 갖지 않습니다. 최신 법률 정보는 반드시 재확인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가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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