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주택을 허물고 새 집을 지으려던 원고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구청에서 건축 허가를 거부한 것입니다. 이유는 도로와 대지의 접촉 면적이 법정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원고는 10년 넘게 해당 주택과 대지를 소유했고, 과거에 이미 건축 허가가 난 적도 있는데 왜 안 된다는 걸까요? 원고는 '신뢰보호원칙'을 주장하며 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과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사건의 개요
원고는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자신의 대지에 새 주택을 건축하려 했습니다. 기존의 노후된 주택을 철거하고 새로 짓기 위해 구청에 건축 허가를 신청했지만, 구청은 대지가 도로에 1.8m밖에 접하지 않아 건축법(1991.5.31. 법률 제438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7조 제1항 본문(건축물의 대지는 2m 이상을 도로에 접하여야 한다)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허가를 거부했습니다. 이 대지는 1967년 토지구획정리사업 대상이었고, 1969년에는 구청의 허가를 받아 주택이 건축되었습니다. 원고는 1980년에 이 대지와 주택을 매입하여 10년 넘게 소유해 왔습니다.
원고의 주장: 신뢰보호원칙
원고는 과거에 이미 건축 허가가 나왔고, 오랜 기간 아무 문제 없이 주택을 소유해왔기 때문에 당연히 새로 건축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존 주택을 철거했는데, 이제 와서 허가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죠. 즉,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
원심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청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구청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대법원은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네 가지 요건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위 요건들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과거의 건축 허가는 원고가 소유하기 전,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환지되기 전의 토지를 대상으로 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한 공적인 견해표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당시 허가는 도로 접촉 면적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적법했지만, 환지 후에는 기준에 미달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새로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믿은 원고에게도 귀책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10년 이상 주택을 소유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신뢰보호원칙 적용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1985.4.23. 선고 84누593 판결; 1987.5.26. 선고 86누92 판결; 1988.9.13. 선고 86누101 판결 참조)
결론
이 사건은 신뢰보호원칙이 적용되기 위한 요건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순히 오랜 기간 문제없이 지내왔다는 사실만으로는 신뢰보호원칙을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행정청의 명확한 견해표명이 있어야 하고,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견해표명을 신뢰하여 행위했고 그 결과 이익 침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집을 짓기 전 관련 법규와 행정청의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사례입니다.
일반행정판례
건축주와 건축사가 건축한계선 제한을 알지 못하고 건축허가를 받았더라도,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사항이라면 건축주에게는 책임이 있으며, 이 경우 행정청의 건축허가를 믿었다는 이유로 철거 명령을 피할 수 없다. 또한, 건축허가 이후 상당 부분 공사가 진행되었더라도, 위반 정도가 심각하고 도시미관 등 공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철거 명령은 정당하다.
일반행정판례
국가의 지원을 받아 지어진 연립주택(국민주택 규모)을 정부 허가 없이 함부로 철거하고 그 자석에 다른 건물을 짓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설령 새로운 건물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았더라도, 기존 연립주택이 국가 지원으로 지어진 사실을 숨기고 허가를 받았다면 무효이며,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행정판례
뉴타운 등 재개발 사업이 계획 중인 지역에서 구청장은 사업 추진을 위해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 건물 신축이 재개발 사업의 요건(예: 노후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행정판례
담당 공무원의 실수로 잘못된 건축허가를 받았더라도, 건축주가 이를 알지 못하고 허가받은 대로 건축했다면, 나중에 허가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사용승인(사용검사)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입니다.
민사판례
땅에 저당권이 설정된 후, 그 위에 있던 건물이 재건축되더라도 건물 소 소유자는 땅을 사용할 권리(법정지상권)를 가진다. 다만, 사용 범위는 기존 건물을 기준으로 한다.
일반행정판례
구청에서 폐기물 처리업 사업 계획이 적정하다고 통보한 후, 업체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허가 요건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청소업체가 너무 많다"라는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는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