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는데, 집주인에게 알리기도 전에 보증금을 돌려받아 써버렸다면 횡령죄일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22. 9. 15. 선고 2020도12149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씨는 건물 임차인으로, 임대인 B씨에게 돌려받을 전세보증금반환채권을 C씨에게 양도했습니다. 하지만 B씨에게 채권양도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B씨는 A씨에게 남은 보증금을 돌려주었습니다. A씨는 이 돈을 개인적으로 사용했고, 횡령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기존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9. 4. 15. 선고 97도666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 따라 A씨에게 횡령죄를 인정했습니다. 즉, 채권양도인은 채권양수인을 위해 채권을 보관하는 사람과 같다고 보아,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돈을 받으면 그 돈은 채권양수인의 소유가 되고, 이를 함부로 쓰면 횡령이라는 논리였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수의견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핵심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하지만 대법관 4명은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채권양도 후 받은 돈은 채권양수인의 것이고, 채권양도인은 이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으므로 횡령죄가 맞다는 주장입니다. 또 다른 대법관 1명은 별개의견으로, 채권양도인이 양도 대가를 모두 받았다면 횡령죄가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횡령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핵심 정리 및 관련 법
이번 판결은 채권양도 후 돈을 받은 채권양도인의 횡령죄 성립 여부에 대한 기존 판례를 변경한 중요한 판결입니다. 단순 계약 위반과 횡령죄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형사처벌의 범위를 제한하는 최근 대법원의 경향을 보여줍니다. 다만 반대의견과 별개의견에서 볼 수 있듯이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형사판례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한 후, 양도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기 전에 양도인이 직접 돈을 받았다면, 그 돈은 양수인의 것이고,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해 그 돈을 보관하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양도인이 그 돈을 마음대로 쓰면 횡령죄가 된다.
형사판례
돈을 받을 권리(채권)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준(양도) 후에, 원래 돈을 받을 사람(양도인)이 돈을 받아버린 경우, 그 돈은 넘겨받은 사람(양수인)의 소유라는 판결입니다.
형사판례
빚을 갚는 담보로 다른 사람에게 받을 돈(채권)을 제공했는데, 채무자가 그 채권으로 받은 돈을 멋대로 써버린 경우, 횡령죄가 아닌 단순한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주고 빌린 사람의 다른 채권을 담보로 받았는데, 빌려준 돈을 다 갚았더라도, 담보로 받은 채권의 채무자는 여전히 채권을 갚아야 합니다.
민사판례
돈을 빌려준 사람(채권자)이 돈을 빌린 사람(채무자)의 다른 채권(예: 전세금)을 압류하려 할 때, 만약 그 전세금이 이미 돌려받아졌다면 압류는 효력이 없다.
형사판례
다른 사람에게 돈 받는 일을 위임받은 사람이 받은 돈을 자기가 그 사람에게 빌려준 돈과 상계해서 돌려주지 않으면 횡령죄가 될 수 있다.